가볼만한곳 가볼만한 곳: Athens, Greece

가볼만한 곳: Athens, Greece

사람들의 여행은 쉬고 싶어서 떠나는 여행, 무언가를 얻고 싶어 떠나는 여행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무엇이든 이번 여행을 하면서 발견하게된 것은 세계의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 그곳의 다른 문화와 삶의 방식을 경험하게 되는데 시야가 넓어지고 문화의 다양성을 더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었다. 또한 유적지 방문, 새로운 음식의 시도, 새로운 언어를 접할 기회를 통해 흥미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 되었다. 그리고 방문지마다 새로운 경험을 얻기 위해 곳곳을 누비며 다니느라 거의 매일 2만보 이상을 걷고 또 걸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여행이야기를 나누면 굳었던 표정이 밝아지고 각자 다녀왔던 여행을 회상하며 기분 좋은 이야기가 오고간다. 여행은 이제 삶의 일부분이 되었고 우리는 또 다른 세계로 떠날 준비를 했다.
늘 시간에 쫓겨 여유 있게 떠나지는 못했지만 여유가 있어 가는 것이 아니라 가니까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에 다녀온 여행에서도 평생 간직할 추억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아크로폴리스를 볼 수 있는 뷰가 좋은 곳으로 숙소를 예약했는데 늦은 밤에 도착한 숙소에서 짐을 풀기도 전에 루프 탑 꼭대기에 올라가 보았다.
어둠이 짙은 도시 밤하늘 위에 솟아오른 파르테논 신전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조형물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짙은 어둠은 파르테논 신전을 더 위엄 있게 보여주는 듯 했다. 그리고 아테네 야경을 감상하니 꿈속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언덕 높은 곳에 있는 아테네의 신전을 만나러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밤 올라가 보았던 루프 탑 꼭대기에 제일 먼저 올랐는데 파르테논을 바라보며 호텔에서 제공하는 지중해식 아침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았다.
숙소에서 제공했던 음식 중에서 그릭 샐러드는 올리브유 잔뜩 뿌려져서 큼직하게 썬 토마토, 오이, 양파와 올리브가 들어갔는데 함께 올라간 큼지막한 Feta 치즈와 함께 먹으면 씹을수록 뭔가 음식이 건강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스에 장수하는 섬이 있다던데 음식이 건강식이 되서 그런 것 같았다. 올리브, 해산물, 치즈, 요거트…건강한 그리스 음식이 앞으로 최애 음식이 될 것 같다. 식사를 하면서 저 위에는 어떤 신성한 기운의 있을지 상상해보니 당장 달려가고 싶어졌다.
이번 여행에 시작은 아크로폴리스 관람인데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곳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의 폭이 커졌다. 그리고 다채로운 문명의 흔적들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낄 수 있었는데 아테네 시내 중심의 언덕에 우뚝 솟아있는 아크로폴리스의 모습이 과거 속의 현재인지, 현재 속의 과거이지 꿈만 같았다.


아크로폴리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가장 먼저 오른쪽에 Odeon of Herodes Atticus 원형 극장이 보였다. 오데온이란 그리스어로 극장 또는 음악당이라고 하는데 전면에는 복층으로 무대 시설을 갖추고 있고 부채꼴 모양의 객석이 갖추어진 완전한 형태의 극장으로 이런 구조는 음향적으로 아주 대단한 설계이기 때문에 무대에서 공연자의 목소리가 아주 효과적으로 객석에 전달될 수 있다고 한다. 이 무대에서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만든 작품들이 공연되었고 공연되는 작품들은 고대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한 것들이 많다는데 기원전 161년에 만들어진 음악당이 현재도 여름마다 뮤직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한다.
소설의 클라이맥스를 들춰 보는 것이 설레 듯, 신전에 오르는 때를 정하는 것 역시 큰 기대 안겨주었는데 어느덧 정상에 오를수록 점점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의 성지 입구에 세워진 성스러운 문, 프로필라이온 그 관문을 넘어가야만 신들을 모신 신전들에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인데 큰 규모의 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벅찬 감동이 밀려오고 마치 고대시대의 신성한 곳으로 입성하는 듯 느낌을 받았다. 주변에 올리브 나무가 둘러싸인 아크로폴리스 언덕의 파르테논 신전 성채가 있는 곳 가까이에 오르니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마치 신화 속에 신들의 소리를 들려주는 듯 윙윙 바람소리가 났다. 신들의 도시 아크로폴리스의 아크로는 그리스어로 ‘높다’를 뜻한다고 하는데 언덕위에 서있는 파르테논 신전이 마치 왕관처럼 보였다.
아테네에서는 아크로폴리스가 어느 곳을 가던지 여행자들의 중심이 되는 것 같았는데 아크로폴리스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파르테논 신전은 그리스 아테네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바로 알아볼 수 있는 랜드 마크 중 하나이다.
파르테논 신전은 고대 그리스 문명의 상징으로 신전의 건설은 기원전 447년 아테네 제국의 전성기에 시작되었는데 대리석을 사용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발걸음을 디딜 때마다 발아래에는 돌보다 흔한 그리스의 대리석을 밟게 되었는데 신기했다. 파르테논 신전은 지혜의 신 ‘아테나’에게 바친 신전으로 여러 개의 기둥이 조화를 이룬 완벽한 직사각형의 황금 비율을 자랑하는 이렇게 멋진 건축물이 기원전 432년에 만들어졌다니 그리고 저렇게 높은 곳에 지어졌다는 것이 정말 생각할수록 위대함으로 와 닿았다. 파르테논 신전은 제2차 페르시아 전쟁 중에 페르시아에 의해 파괴된 초기 사원을 대체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오늘날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명소 중 하나이며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건축물 앞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여러 번 찍었는데 직접 바라본 감동을 화면에 담을 수는 없었다. 한참을 넋을 잃고 보고 또 보고 했는데 저편에 에레크테이온 신전이 보였다. 아테네의 전설적인 에레크테우스를 주신으로 포테이돈과 아테나를 위해서 봉헌된 신전이라고 했다.
아테네 시내 전경이 펼쳐져 있는 언덕위에 올라 바라본 풍경에서 아테네의 황금기를 지나고 나서 역사의 흐름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그곳에 남아 있는 건축물들은 아무런 지식 없이 둘러보았다면 대부분 부서지고 남은 돌덩어리들 밖에 없는듯하지만 아크로폴리스는 신과 인간들이 공존하던 시절에 남겨진 위대한 유산으로 평온하지만 무한한 경외심과 상상 이상의 감동은 물론 전율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아크로폴리스를 방문하는 것은 고대 아테네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독특한 경험이 되었는데 아크로폴리스를 벗어나 아테네 도심 속으로 들어섰다.
구글 맵을 보면서 무작정 로만 아고라 지역을 찾아서 레오 파고스 언덕을 지나 아래로 내려갔는데 원하는 목적지는 나오지 않고 동네 골목길은 주민들이 사는 지역으로 도무지 관광지 같아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자그마한 야채 가게에서 주민에게 물어 보았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목적지에 조금 벗어난 곳으로 왔다고 했다. 다시 왔던 길로 가기에는 이미 많이 내려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야채가게 주인이 방향은 맞게 가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목적지가 나올 때 까지 또 다시 걸어 내려갔는데 뜻밖에 길이 보였다. 알고 보니 소크라테스의 감옥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는 철학 분야에 대한 그의 막대한 공헌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그리스 아테네 감옥에서 마지막 날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죽음을 삶의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부분으로 보았고, 처형을 자신의 믿음에 대한 용기와 확신을 보여줄 기회로 여겼다.


소크라테스의 감옥을 보니 정말 그곳에 소크라테스가 갇히고, 여기서 죽음을 맞이했을까? 알 수 없지만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유명하다.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잠시 그곳에 머물러 있는 동안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그런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앞으로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누구나 철학자가 되는 것 같았다.
소크라테스가 갇혀있던 감옥이 있는 장소는 나무들이 아늑하게 둘러 쌓여있는 너무나 평온하고 고요한 장소였는데 철창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보니까 굴을 파놓은 형태로 갇혀 있는 기분이 안 드는 장소로 보이기까지 했다. 잠시 머물며 있었는데 왠지 애절한 마음의 눈길이 그곳으로 기울고 있었다.
소크라테스 감옥이 있는 곳을 벗어나 다른 방향으로 가니까 카페와 식당이 즐비하게 있는 거리가 보였다. 그곳에서 호객을 하는 웨이터에게 로만 아고라가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하니까 조금만 길을 돌아서 가면 멋진 곳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너무 많이 걸어서 힘들었지만 목적지가 가까이 왔다고 생각하니까 쉬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곧바로 향했다. 얼마 후, 아고라 입구가 보이는 곳까지 거리에 노점들이 보였는데 철길 옆 풍경이 흥미로웠다. 주로 앤틱 물품을 파는 거리였는데 각종 물건들이 없는 것이 없어 보였다. 구경만 해도 즐거웠다.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기슭에 위치한 아고라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그들의 철학을 이야기했던 장소라고 하는데 고대 그리스의 삶과 아테네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인 것 같았다. 그곳은 고대 아테네 사람들이 모여 사업을 하고, 사교하고, 정치적, 철학적 토론을 했던 장소라고 했다. 아름답게 조경된 광장에는 아몬드 나무, 매화, 석류 등 수세기 동안 이어져온 식물들이 가득했는데 아고라의 중앙에 서서 아크로폴리스 언덕의 환상적인 전망도 감상해 보았다.


오늘날 로만 아고라 방문객들은 한때 그곳에 서 있던 많은 건물의 흔적을 관람할 수 있는데, 그 중 헤파이스토스 신전은 아고라의 또 다른 인기 명소인데 가장 잘 보존된 고대 그리스 사원 중 하나이며 고전 건축의 훌륭한 예라고 하는데 공원을 거닐며 인상적인 기둥과 조각을 감상해 보았다. 또한 아고라에는 시의회가 열렸던 불루테리온(Bouleuterion)과 종교 생활의 중심지였던 톨로스(Tholos)도 있었는데 유적을 보면서 돌아다니며 고대 아테네의 삶이 어땠는지 상상해 보았다.
상업 활동을 하거나 정치, 철학을 주고받던 광장이자 시장이었던 아고라에서의 시간 여행은 아테네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던 같았다.

아테네는 오래전부터 꿈꾸어왔던 여행지이다. 특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아테네, 그곳에 머무는 동안 마치 신화 속으로 빠져 들어간 듯 묘한 감정을 느끼게 했는데 평화로운 아테네에서 추억의 흔적들을 챙기고 다음 일정을 향해 떠났다.
글 : 유니스 홍, 사진: 브라이언 홍 valley_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