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한 여행 말고, 조금 특별한 여행지를 찾거나 인스타에 올릴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여행지를 찾기도 하지만,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북적이는 곳 말고 한적하고 여유로운 여행지를 원하기도 한다. 그리스여행 중에서 개성 있고 매력적인 섬 여행을 찾아 떠났는데 그곳에서 찍은 스마트폰 속에 사진들과 동영상을 삶의 피로가 올 때마다 오픈해보며 힐링을 하곤 했는데 그리스의 섬들은 한결같이 그림 같아 보였다. 어디에다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도 그림이 되는 풍경이었다. 그리고 섬들은 제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여행자들을 유혹했는데 환상적인 푸른 바다와 황금빛 모래사장 위로 강렬하고 하얗게 빛나는 햇살이 비취고 매력적인 해변과 해안지역의 각각의 섬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각 섬을 여행하면서 그들의 개성과 문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패트모스 섬(Patmos Island)
배를 타고 가다가 에게 해(Aegean Sea)에 위치한 패트모스 섬(Patmos Island)에 내리게 되었는데 예수의 12명의 제자 중의 한명이었던 요한의 발자취가 서린 기독교 유적지를 방문한다는 사실에 도착하기 전부터 설랬다. 영적 각성의 장소를 찾거나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휴양지를 찾든 패트모스 섬은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올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낙원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면 역사, 영성, 자연의 광채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마음과 영혼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 목적지를 발견하게 될 것 같았다.
부두가 작아서 작은 보트로 갈아타고 섬에 도착했고, 온통 화이트칼라로 덮은 작은 마을에 들어서니 아기자기한 선물가게와 카페들이 보였는데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한적한 분위기가 좋았다. 목적지를 가기위해 좁은 골목 사이를 지나 언덕이 보이는 곳으로 올라갔다. 마치 순례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성경의 한 페이지 속을 걷고 있는 듯, 과거 흔적들이 생생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숨이 차오름을 느끼면서 한참을 오르니까 탁 트인 바닷가 보이는 마을 전망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에게 해의 푸른 바다에 자리 잡은 패트모스 섬은 자연의 아름다움, 풍부한 역사 그리고 영적 중요성이 독특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매혹적인 곳이며 “에게 해의 예루살렘”으로 알려진 이 그리스 섬은 고요한 분위기, 그림 같은 풍경, 진정으로 비교할 수 없는 평온함이 깃든 영적 분위기가 풍기는 곳이었다.
패트모스 섬은 성 요한이 요한계시록을 쓴 곳으로 깊은 영적 의미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요한이 신성한 환상을 보았다고 전해지는 계시록의 신성한 동굴 방문은 순례와 성찰의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줄지어 들어서는 방문객들은 동굴같이 어둡고 고요한 분위기에 흠뻑 빠져 섬의 영적 유산을 깊이 감상한 다음, 다시 밖을 나와 섬의 중심부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성 요한 수도원이 있다고 해서 좀 더 올라가 보았다. 언덕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이 신성한 수도원에는 웅장한 프레스코화, 아름다운 모자이크, 귀중한 종교 유물 컬렉션들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치 꿈을 꾸고 나온 후의 느낌으로 밖으로 나오니까 해질 무렵이 되었다. 수도원 곳곳을 더 감상하고 싶었지만 건물 사이를 오르며 저편에 보이는 산위에 서있는 에게 해 배경의 풍차를 감상하러 올라가 보았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작품 같은 풍차를 배경으로 펼쳐진 바다의 풍경이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주었다.
좀 더 어둠이 짙어지는 것 같아 서둘러 다시 마을입구로 내려갔는데 무심코 바닥을 응시해 보니까 연초록빛 풀들이 솟아나 있는 타일 조각처럼 생긴 네모난 조약돌들로 만들어진 길을 걸으니까 너무나 행복했다. 그리고 그 길을 거닐다 보면 만나는 생동감 넘치는 덩굴 관목으로 장식된 전통적인 흰색 가옥이 인상 깊었다.
마을입구에 다시 돌아와 작은 식당에서 패트모스 치즈를 곁들인 샐러드와 수제 빵 그리고 갓 잡은 해산물로 만든 전통적인 그리스 별미를 즐길 수 있었는데 매혹적인 흰 건물들과 곳곳에 작은 등불이 반짝이는 밤풍경이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그리스 섬 여행 중에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산토리니를 만났다.
아테네에서 프로펠러가 달린 작은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산토리니 공항은 명성에 비해 비교적 소박한 시골 공항이었다.
인근에서 택시를 타고 피라(Fira)마을에 도착했는데 미로 같은 골목길과 언덕에서 주소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그리스 산토리니는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 그러나 비수기 시절의 산토리니는 날씨도 생각보다 추웠고 문을 닫거나 리모델링하는 상점들이 많아서 조금 설렁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수기 방문도 좋은 점이 많다고 숙소 직원이 설명해 주었다. 성수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사진 찍기도 힘들고 여기저기 파티를 하느라 시끄럽고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여름 산토리니는 너무 무더워 대부분 식당을 가더라도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비수기에 한적한 산토리니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나름대로 기대를 안고 체크인을 마쳤다.
절벽 위에 위치한 만큼 그림같이 빼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하늘빛을 닮은 수영장이 있는 동굴모양을 한 숙소의 방은 생각보다 좁았는데 웹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보다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동굴형태의 벽에 머리가 자주 부딪쳐서 신경이 쓰였다.
저녁이 되기 전에 바깥풍경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기 위해 서둘러 방에서 나왔다. 산토리니는 골목길 하나하나가 다 예쁘다.
경사진 언덕을 오르내리며 마치 등산을 하는 것 같았는데 나이가 더 들면 다니기 힘들 것 같았다.
어디부터 가야할지 목적지 없이 마을 곳곳을 누비며 다녔는데 아름다운 인생 버킷리스트 산토리니에서 머물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호텔방에서도 커튼을 열면 바다가 보였는데 바람은 세차지만 밖에서도 아름다운 전망을 바라보며 소중한 추억과 감동을 깊이 새겨보았다.
이아(Oia) 마을로 가기로 한 다음날은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숙소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었는데 특별한 메뉴는 아니지만 지중해의 신선한 식재료로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들을 창밖의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즐거움이 더 특별했다.
피라(Fira)마을에서 이아(Oia) 마을로 가기위해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마을 주민들도 보였지만 대부분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창밖에 스쳐지나가는 절경을 감상하며 이아(Oia) 마을에 도착하니까 먹구름과 햇살이 오락가락한 날씨에 바람이 유난히 거세고 춥게 느껴졌다. 비수기라서 날씨가 좋지 않지만 아름다운 산토리니 이아 마을에서 즐길 거리가 더욱 기대가 되었다. 세차게 불어오는 귓가를 스치는 지중해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방향감각을 잃은 사람처럼 발길 닫는 대로 걸어 다녔다.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그리스의 다른 매력적인 장소들도 많이 보았지만, 산토리니는 그리스 섬을 대표하는 모든 아름다움이 다 들어 있는 종합 초콜릿 세트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아기자기한 상점들은 성수기를 맞을 준비를 하면서 더욱 하얗고 예쁘게 치장하고 있었다.
좀 더 높게 언덕길을 오르며 멋진 사진을 찍었는데 꿈속에 나올듯한 산토리니는 하늘보다 더 파란 지중해,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하얀 페인트로 칠해진 건물들, 화산 활동시 만들어진 붉고 검은 토양 등의 다양한 칼라를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영화나 광고에서 본 듯한 하얀 건물과 파란 지붕 그리고 교회와 풍차 등은 모두 이야 마을에 많았다.
파란 바다와 대비되는 하얀색 집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셨고,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멋진 인생 샷을 남길 정도로 산토리니는 사진보다 더 아름다웠다. 하지만 현재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휴양지 중에 한 곳이지만 과거를 살펴보면 슬픈 역사도 있는 곳이었다. 화산 폭발이 일어났고 거대한 해일이 덮치기도 했는데 크고 작은 지진이 잦아 악마의 섬이라고도 불렸다고 했다.
자연의 대재앙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꾸준히 거듭나다 보니 어느새 척박한 재앙의 섬에서 아름다운 휴양지로 거듭나게 된 섬, 산토리니는 하얀 마을과 하늘빛 동그란 지붕 등의 풍경이 동화 속 풍경 아니면 미니어처처럼 올망졸망 차곡차곡 쌓여 있듯 보였는데 자연 재해의 위협 앞에서 산토리니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절벽 위로 올라가 굴을 파서 살아야 하는 것이었지만 잦은 지진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건물마다 눈에 띄는 색을 칠하여 먼 바다에서 바라볼 때 산토리니라는 것을 알리고 건물마다 흰색을 칠해 마을 전체를 등대로서의 역할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바람이 거세게 불다가 잠시 햇살이 비취고 먹구름이 흩어지기 시작해서 인생 샷을 찍으러 파란색 돔형 지붕이 인상적인 산토리니의 대표적인 절정을 바라볼 수 있는 스팟이 보였다.
비교적 추운날씨인데 불구하고 예쁜 드레스로 갈아입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였다. 성수기에는 아마 그곳도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릴 것은 상상을 해 보았다. 줄은 길지 않았지만 사진 찍은 차례를 기다리며 서있으니까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람들은 남는 게 사진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또 찍었다.
꿈만 같았던 산토리니에서의 여행은 일정상 머무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아쉬웠는데 석양에 물든 바다를 보니, 사라져 버린 아틀란티스 대륙의 일부분이라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산토리니 섬, 산토리니를 ‘에게 해의 진주’라는 표현은 절대 과장이 아닌 것 같았다.
눈을 감아도 생각나는 풍경, 매 순간 달라지는 하늘빛 덕에 인위적 장치 없이도 특유의 감성을 담을 수 있었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더 많은 여행을 하고, 더 자주 일몰을 볼 것”이라는 어느 시인의 시 구절처럼, 일몰은 수많은 사람에게 가지각색의 영향을 미치는 자연의 소중한 선물인 것 같다. 인생이 일몰처럼 변해가는 시기가 다가올수록 지금까지 지내온 삶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