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곳 Jerusalem & Bethlehem

Jerusalem & Bethlehem

지중해 여행 일정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이스라엘 여행은 큰 기대감 보다 예루살렘이 어떤 곳일지 그저 막연하게 상상만 했는데 성경에 등장하는 유대인들의 도시를 실제로 찾게 된다는 감회가 남달랐던 것 같다.
예루살렘을 방문하기 위해 Ashdod 항구 터미널에서 까다로운 수속을 마치고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어 버스표를 사려고 안내원에게 카드를 주었는데 카드를 받지 않고 오직 현지 돈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환전소를 샤핑몰에서 30분 가까이 찾다가 다시 30분 줄서서 기다리다가 우여곡절 끝에 환전하고 다시 버스터미널에서 버스표를 구입하고 약 1시간 정도 가는 예루살렘 행 로컬버스를 힘들게 탈 수 있었다.
이스라엘 여행은 시작부터 조금 실망이 되었다.
이스라엘은 세계적으로 첨단 산업이 발전한 나라라고 들었는데 현지의 시스템은 너무나 안 된 것을 느꼈고 창밖을 바라보니까 오래된 낡은 건물 사이에 새로 건설 중인 건물들이 곳곳에 보

였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택시를 타고 이스라엘 국립박물관에 도착했다. 이스라엘 박물관 (The Israel Museum)은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다양한 예술작품과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곳은 중동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사해문서(Dead Sea Scrolls-기원전 2세기에서 서기 1세기 사이에 쓰여진 완전한 히브리어 구약 성서 사본)와 같은 고대 문서부터 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유물이 있는 곳이다. 낮설지만 기대감을 안고 전시관입구의 엄격한 검색대를 거쳐 내부로 들어섰다. 먼저 유대인의 역사와 문화를 관람할 수 있었고 로마와 그리스의 예술과 영향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박물관의 중앙 부분에는 현대 예술과 전통적인 예술이 어우러진 전시실이 있었는데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둘러 보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림 속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들이었는데 이스라엘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가 어떻게 예술에 반영되었는지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서 박물관의 정원에서 아름다운 야외 조경과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박물관 야외와 내부를 오가며 다양한 조각품들을 감상했다. 마치 오랜 시간 광야를 걸어가다 지쳐버린 한 사람의 형상을 표현한 작품을 감상했는데 예술품에는 해답을 찾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긴 여운과 감동을 남기는 것 같았다.
이스라엘 박물관은 예루살렘에 자리한 역사와 문화의 보고이다. 그 중에서도 사해문서는 사해(Dead Sea) 지역의 큐마란(Qumran) 동굴에서 발견된 고대 문서 모음인데 그 중요성과 고유성으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사해 문서를 볼 수 있는 건물로 향했는데 관람할 수 있는 성서의 전당 건물 형태는 항아리의 뚜껑처럼 보였다. 그것은 사해문서가 발견된 항아리의 뚜껑 모양을 그대로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곳은 ‘빛과 어둠’ ‘선과 악’을 표현하기 위해 왼쪽 검은 대리석 벽과 사해문서 보관실인 오른쪽 사해관은 하얀색 타일로 대조를 주었다.
지상으로 보이는 흰 돔은 지붕이고 박물관 자체는 지하에 있었다. 본관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두루마리 성경의 손잡이 부분이 크게 장식되어 있었으며 그 밑에 사해문서 원본의 복사본이 전시되어 있었다.
입구에서 사해사본 실까지 이르는 지하 통로는 아치들이 서로 엇갈리게 연속되어 있어서 마치 본래 그 사본들이 보관되어 있던 동굴을 실감케 해주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통로에 쿰란에서 발견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그곳에 전시된 고대 문서는 유대교와 기독교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인류 역사와 종교를 이해하는데 새로운 차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전시된 성경 사본들을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감동을 받았는데 펜도 종이도 없던 그 시절에 어찌 이리도 정교하게 똑 같은 크기로 줄 하나 흐트러짐 없이 기록했는지 실로 놀라웠다. 아쉽게도 촬영이 금지된 장소라서 사진에 담을 수 없었지만 눈과 마음속으로 간직했는데 사해 스크롤 관람은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다시 밖으로 나와 돌아 볼 곳이 많았지만 박물관 야외 마당에 전시되어 있는 당시의 예루살렘 성을 미니어처같이 축소해놓은 모형이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박물관 야외마당에 있는 성전 모형은 기원전에 로마가 예루살렘을 파괴하기 이전에 있던 예루살렘의 건물과 사원들이 철저한 고증을 거쳐 복원된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2000년 전 당시의 예루살렘 성을 한눈에 살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성전 모형을 볼 수 있었다.
이스라엘 박물관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많지 않아 너무나 아쉬웠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고대로부터의 시간 여행을 하고 돌아온 느낌이들었다.
이스라엘 박물관은 역사와 문화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요한 묵상이 있었던 곳이었다.

항구로 돌아가기 전 잠시 이스라엘 현지인 삶의 모습을 좀 더 느끼기 위해 택시를 타고 예정되지 않았던 장소로 이동했다.
택시운전사에게 무작정 예루살렘 다운타운에 내려달라고 했는데 조금 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말한 ‘Purim’이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검색을 해 보니 푸림(Purim)은 유대인들 사이에서 열리는 축제로 고대 페르시안 제국 때 성경인물인 ‘에스더’로 인해 유대인들이 집단 학살의 위기에서 벗어난 것을 축하하는 행사이며, 유대인들은 ‘퓨림 축제’ 기간 동안 다양한 의상을 입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고 한다.
도심 곳곳은 축제 때문에 교통체증이 엄청 심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서 택시 아저씨가 가기를 꺼렸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마치 할로윈 복장처럼 보이는 재미있는 의상을 입고 크게 들리는 테크노 음악에 맞춰 길거리에서 광란의 춤을 추고, 즐거움과 기쁨으로 가득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택시에 내려 걸어가 보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공포감마저 들었다. 현장에서 느낀 모습이 전에 한국에서 사고가 벌어졌던 ‘이태원 할로윈’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인파속에서 잠시 즐길 수 있었던 이색적인 체험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았는데 지금 보아도 특이하고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축제에서 힘들게 벗어나 시장 쪽으로 가 보았는데 그곳에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곳곳 모두가 축제 분위기였다.
다양한 식자재와 물건을 파는 시장은 매우 활기차 있었고 풍요롭게 가득 차 있었다. 테러와 분쟁의 도시라는 뉴스 속 이스라엘의 반전 매력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기쁨으로 요동치는 이스라엘의 또 다른 모습이 색다르게 와 닿았다.
색다른 광경과 축제의 뜨거운 열기속에서 벗어나 여행 일정을 위해 다시 배에 오르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현지인들로 가득 메운 버스 안 풍경도 새롭게 느껴졌다.
어느 지파인지 모르지만 커다란 모자를 쓴 ‘하레디’라고 불리는 유대인들과 수 없이 읽은 흔적이 보이는 낡은 유대인 성경을 아이와 함께 읽고 있는 젊은 엄마 그리고 무표정한 사람들로 가득 메운 버스 안은 생각보다 적막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배는 Haifa 항구에 도착해 있고 다시 예루살렘의 Old City를 가기 위해 유대인 가이드와 함께 단체 관광버스에 올랐다.
여행을 할 때마다 가이드가 동반된 여행을 하지 않고 주로 자유여행을 고집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투어는 베들레헴(West Bank, 팔레스타인 지역)도 가기 때문에 특별히 가이드를 동반해서 여행하기로 했다.
올드 시티의 시작은 적당히 잿빛 구름으로 머금은 하늘이 분위기 있어 보였다. 그리고 특유의 베이지색 건물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는데 그 색감을 보니까 비로소 예루살렘에 왔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움직였는데 성지순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이 될 것 같아 시작부터 기대가 되었다.
야파 게이트(Jaffa Gate)에서 출발해 다윗의 탑(Tower of David), 성곽, 통곡의 벽(Western Wall), 거룩한 무덤 성당(Church of the Holy Sepulchre), 아랍 마켓 등 올드 시티 전반을 돌아다녔다. 올드 시티를 비롯해 웬만한 주요관광지를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구경했는데 머릿속 많은 장면 중 예루살렘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느끼게 되었던 것은 역사와 종교의 향연인 것 같았는데 성벽을 따라 걸어가며 과거의 감동적인 순간들을 상상해보게 되었다.
성지라 불리는 지역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종교적인 곳으로, 성벽 안에는 성모성전과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다윗왕의 성전이 위치해 있었다.
긴 세월이 새겨진 서쪽 성벽의 또 다른 모습을 통해 고대 유대인들의 시간과 공간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통곡의 벽은 유대교의 중요한 기도지로 유명한데 수천 년간 사람들의 기도와 감동이 쌓여온 그곳은 믿음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작은 종이에 소원을 적어 구기어 벽에 꽂아두는 모습,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포즈는 제각각이었지만, 간절함 만큼은 똑같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시간이 되어 유대인 가이드가 안내하는 여행이 마무리되며 버스 안으로 들어온 기관총을 찬 완전무장한 군인들의 삼엄한 검색을 마치고 서안 지역으로 넘어선 후 팔레스타인 가이드로 교체되었다.
베들레헴으로 들어가려면 유대인 거주지역과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 사이의 분리장벽을 통과해야 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유대인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은 매일 까다로운 검문절차를 거쳐야 되기 때문에 트래픽이 심하다고 했다.
가기 힘든 팔레스타인 지역이라고 했지만 비교적 안전하고 관광코스로 지정된 베들레헴 지역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안전해 보였다. 그리고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정성스럽게 차린 로컬 푸드가 입맛에 맞아 좋았다.
식사후 다음 관광 코스로 동방 정교회에서 세워 놓은 예수탄생 기념교회의 탑이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거리를 걸었는데 베들레헴 입구에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상점들이 보였고 곳곳에 십자가가 세워진 건물들과 그보다 훨씬 많은 모스크 탑이 보였다.
거리에는 노점상 상인도 보였고 무슬림 사람들로 보였는데 거리의 여유 있게 보이는 모습이 팔레스타인 지역의 긴장감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평화스럽게 보였다. 얼마후, 예수동굴탄생교회에 도착했는데 아기예수가 태어난 마구간 구유 위에 세운 성지라고 했는데 그 교회는 기독교에서 예배장소로 사용된 가장 오래된 교회라고 했다.
성 캐서린 교회의 아름다운 내부 전경을 감상하고 예배당 우측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예수 탄생 동굴(Grotto of the Nativity)과 연결되는 제롬 동굴이 있었는데 제단 아래에 예수가 태어났다고 믿는 장소가 있었다.
다시 예루살렘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유대인 가이드로 교체 되며 여행일정을 마무리하게 되었는데 노을이 내려 앉는 차창 밖 스쳐지나 풍경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분리 장벽의 그림들이 보였고 목자들이 양을 쳤던 언덕 위에 지금은 번화한 도시가 세워져 있었지만 목자들이 아기 예수를 만나러 갔던 베들레헴 들판이 연상되는 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이 쌓이면 아쉬운 마음 없이 그곳을 떠날 수 없게 되는 것처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역사와 종교의 보물이 얽힌 그곳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강렬한 감동으로 남았다.
뉴스에서 자주 다뤘던 이스라엘 땅을 밟았는데 여행 중에도,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이스라엘은 좋지 않은 소식으로 시끄러웠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여행은 다른 차원으로, 염려와 걱정을 뒤로 한 채 다녀왔던 이스라엘 여행을 별탈없이 잘 다녀올 수 있었고 그곳으로 인도해 주심에 대해 감사를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