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머물면서 기차를 타고 소렌토로 향하며 이탈리아 남부의 낭만을 꿈꿨다. 소렌토를 직접 만난다는 기대감에 설렘이 가득했는데, 소박한 작은 마을의 기차역에서 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색다른 풍경과 이야기를 선사해줄 것 같았다.
도착 후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소렌토의 중심, 타소 광장(Piazza Torquato Tasso)이었다. 광장은 레스토랑과 상점들로 가득 차 활기가 넘쳤고, 소렌토 출신 16세기 시인의 이름을 딴 기념비가 광장의 품격을 더했다. 그리고 주변에는 레스토랑, 상점 등 볼거리가 많아서 걸어 다니면서 즐기는 재미가 있었다.
햇살이 강하고 건조한 소렌토는 올리브, 포도와 함께 레몬이 특산물로 유명하고 한다. 거리 곳곳에 레몬 관련 상품을 파는 상점을 볼 수 있었고 카페나 바에서는 레몬 음료와 레몬 술을 팔고 있었다.
바닷가 쪽으로 걸어가니 해안절벽 위에 소렌토의 전망을 감상하기 좋은 뷰포인트가 있었는데 그곳 바에서 가볍게 한잔 하면서 아름다운 지중해를 바라보며 지는 노을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하루코스 일정이라 다른 곳도 방문해야 해서 잠시 구경만 하고 이동했다.
푸른 바다와 따스한 햇살, 그리고 여유 있는 시간이 흐르는 곳,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항구 도시인 소렌토는 한눈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움과 깊은 역사를 품고 있었다.
지중해의 바람에 실려 오는 레몬 향, 골목골목에서 들려오는 현악기의 선율, 그리고 소렌토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는 그곳을 잊지 못할 추억의 공간으로 만들어주었다.
절벽 위 또 다른 뷰포인트에 웨딩 사진 찍는 그룹이 보였다. 아름다운 소렌토를 배경으로 결혼식을 올리면 로맨틱한 영화의 한 장면이 될 것 같았다.
먼 풍경을 바라보니 색감이 낮아지면서 아름다운 파스텔 톤으로 물들어갔다.
사진으로 그 아름다움을 못 담은 하늘과 맞닿은 바다의 배경을 바라보니 ‘돌아오라 소렌토로’ 라는 유명한 노래가 있을만한 풍경이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으로 마주했던 그곳에서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행복감을 느꼈다.
생각보다 넓지 않은 소렌토에서 머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 사이에 느껴지는 여행의 설렘은 마치 공기처럼 퍼져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커피 한 잔을 손에 쥔 여행객들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 아무런 안내사인이 없는 그곳에서 어떤 버스를 타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주변사람들에게 물어 보며 행선지를 확인하고 Cita라는 로컬버스에 올랐다.
여행자들이 올린 유투브 동영상에서 소렌토에서 아말피로 갈 때는 해안가를 잘 볼 수 있는 자리가 오른쪽이라고 해서 무작정 오른쪽 창가에 앉았다. 차는 출발했고 얼마 되지 않아 오른쪽 창가에서 해안 절벽이 너무나 생생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짙푸른 바다와 우거진 절벽은 이태리 남부만의 독특한 매력을 드러냈다.
지중해의 햇살이 가득한 해안가를 따라 달리는 버스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했는데 소렌토에서 아말피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아말피 해안’이라 불리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버스가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일 때마다 높은 곳에서 절벽아래를 바라보니 조금 아찔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장면이 펼쳐졌고 창밖으로 보이는 지중해의 푸른빛 바다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버스가 굽이진 도로를 따라가며 속도를 줄일 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풍경은 높은 기암절벽 위로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작은 마을들이 보였는데 하얀 건물들과 오렌지 빛 지붕들이 바다와 어우러져있었고 마치 한 장씩 넘겨보는 그림책 같았다. 창밖 풍경 하나하나가 아름다웠고, 그 순간을 사진 속에 담고, 눈과 마음에 간직한 채 여행을 즐겼다.
버스가 잠시 멈추는 중간 중간 만나는 해안가 마을의 숨은 매력들을 볼 수 있었는데 ,작은 마을 중 포지타노는 현지 주민들이 여유 있는 소박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보였고, 건물 사이로 빨래가 펄럭이는 모습마저 그림 같았다.
이탈리아 남부의 상징인 레몬나무들이 있는 곳에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상쾌한 레몬 향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듯했고, 노란 레몬들이 초록 잎 사이에서 빛나는 모습은 행복 그 자체였다.
몇몇 구간에서 버스가 잠시 정차하면 자연스럽게 풍경에 더 몰입하게 되었는데, 아래로 보이는 푸른 바다, 멀리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희미한 섬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절벽 도로가 보이는 창밖을 바라보니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약 1시간 반의 여정을 지나 도착한 아말피는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아담한 항구와 파스텔톤 건물들이 여행자를 따뜻하게 맞아줬고, 아말피 대성당의 웅장한 모습은 이탈리아 남부 해안가 여행의 하이라이트처럼 느껴졌다.
버스가 해안가 마을 공터에 도착하니 아말피의 매력은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하얀 건물들이 층층이 이어진 모습, 고풍스러운 거리를 채운 작은 가게들, 그리고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서 있는 아말피 대성당은 이곳이 단순한 해안 도시 그 이상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어서 작은 골목들을 따라 걷다 보니 소박한 기념품 가게와 레몬으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특히 아말피의 특산품인 레몬 리큐어, 리몬첼로는 맛도 향도 잊을 수 없을 만큼 상쾌했다.
해변을 산책하고 돌담 사이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는데 현지 주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시장에서 신선한 레몬과 과일을 사고 있는 사람들, 산책하는 고양이 한 마리까지…
항구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맛 집을 찾아 늦은 점심 식사를 했는데 칼라마리 그리고 샐러드의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으로 조화된 샐러드와 함께 신선한 해산물 파스타는 갓 잡아 올린 해산물로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풍미를 선사했는데 식당에서 서브하는 웨이터가 아주 쾌활하고 친절해서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식사 후에는 해변을 따라 산책하며 느긋하게 오후를 보냈는데 파도가 잔잔히 부딪히는 소리와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는 그야말로 평화 그 자체였다.
아말피 해안을 걸으며 천천히, 깊이 느껴보았다. 아말피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여행지가 아니라, 느긋한 삶의 속도와 소박함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하게 해준 곳이었다.
소렌토와 아말피에서의 여정은 힐링을 넘어 삶의 여유와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탈리아 남부의 아름다운 소렌토 그리고 아말피 코스트에서 머물렀던 시간들이 힐링이 되었는데, 지금도 생각나는 이탈리아 남부 해안가 마을에서의 그림 같은 풍경을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 뉴스에서 접한 캘리포니아 퍼시픽 팰리세이드 지역과 알타디나 지역의 산불 소식은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만들었다.
캘리포니아의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는 지중해의 풍경을 떠올리게 할 만큼 아름다운 해안이지만 그곳의 푸른 바다와 평화로운 마을들이 산불로 인해 황폐해진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회복되기 위해선 많은 사람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곳이 다시금 여행객들과 주민들에게 평화와 행복을 선사하길 바라며, 다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