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움직이는 돌” – The Racetrack 2012

“움직이는 돌” – The Racetrack 2012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COVID-19가 사람들의 일상을 잠식한지 벌써 석 달이 다 되어간다. 그리고 락다운 완화가 이루어지면서 모두가 염려 속에서 조금씩 오픈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안전한 곳은 아무 곳도 없다. 다만 보이지 않는 적들과의 싸움은 현재 진행인 것 같다.
코로나의 충격으로 낯선 ‘비대면 문화’가 순식간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사람들과 소통했던 코로나 이전 시절이 너무나 그립고 아쉬웠다.
어느 미디어에서 조사했는데 락다운이 완화되면 수개월 안에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태로 집콕 생활에 피곤함을 달래려고 해외여행보다는 국내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 떠나지 못해 아쉬움이 많지만 2012년 가볼만한 곳으로 다녀왔던 데스밸리에 있는 Racetrack을 다시 소개하면서 그때를 회상해 본다. 그동안 여러 곳을 여행했지만 움직이는 돌이 있는 Racetrack은 기억에 남는 가볼만한 곳 중 하나인데 그곳에서 느꼈던 특별함이 요즘 시기에 다시 그리움으로 남는다.
바람소리만 들리는 Racetrack이라는 광야에서 홀로 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없는 공명 상태의 우주를 느꼈다.
적막한 곳에서 눈을 감고 있으면 마음의 평화가 풍만하게 채워지는 것 같았고 눈물이 났다. 그곳에서 아무 일도 없었는데 치유와 회복되어짐이 느껴졌다. 그래서 다시 가볼만한 곳으로 가고 싶은 곳 중 한 곳이다.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광야에서의 삶과 같은 시련을 주고 있지만 그동안 쌓여있었던 내안에 가득한 욕심과 염려의 삶을 모두 벗어버리고 빈 땅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 한다.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지는 요즘 그동안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뭘 하면서 보내면 좋을까 했는데 이럴 때일수록 체계적인 일정을 짜서 지키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작은 텃밭도 가꾸고, 꽃도 심어보고 건강식 메뉴로 직접 만든 요리를 즐기며 홈 트레이닝도 하면서 운동도 실천 중이다.
요즘은 넥플릭스로 감상하는 영화뿐만 아니라 콘서트도 온라인에서 볼 수 있어 집 안에서 문화생활도 가능하다.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하면서 이번 참에 새로운 실내 취미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분주하게 앞만 보고 달렸던 시절을 뒤로하고 많이 느리지만 나만의 길에 나만의 속도로 최종 목적을 향해 한 걸음 한걸음 걷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확진자의 수만큼 지금 COVID-19도 곧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지금은 답답하고 힘들지만 모두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힘내서 모두가 원하는 삶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분들, 지금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분들 모두를 위해 응원한다.
“Stay Home. Save Lives. We’re All in This Together”

새롭고 아름다운 곳을 지면에 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하늘과 땅 사이에 또 다른 특별한 곳을 지면에 담기 위해 찾아 나섰다.
북반구에서 가장 더운 지역, 죽음의 계곡 데스밸리에 북서쪽 부분에 자리하고 있는 낮은 구릉지에 있는 유명한 움직이는 돌이 있는 레이스트랙 플라야(Racetrack Playa)를 가기위해 오래전부터 계획했었는데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기 전에 서둘러 가야겠다는 일념으로 조금 무리가 있었지만 데스밸리를 향해서 부지런히 향했다.
요즘은 일이 제일 바쁜 시기이지만 일부러 그곳으로 가는 이유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좀 더 자극적인 곳에 풀고자 하는데 있다. 다른 사람들은 안락하고 편안한 여행으로 휴식을 갖고 싶을지 모르지만 조금 고생스러울지 몰라도 이번에는 좀 더 다른 차원의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반복되는 생활에 활력을 불러들이고 왕성한 에너지를 생성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여행일 것이다. 자주 떠나는 여행이지만 어떤 때는 평범한 여행을 거부하고 싶을 때도 있는 것 같다.
데스밸리 여러 번 다녀왔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황량한 넓은 대지를 다시 찾게 되는 것은 여행을 즐기러 온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게 해주는 묘한 매력 때문인 것 같다.
레이스트랙에 가려면 4×4 지프차를 준비해야한다. 일반 차량으로 운 좋게 갈수도 있을지 몰라도 만일 문제가 생기면 여행일정이 망치고 엄청난 토잉비, 차수리비 등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사전 조사를 마치고 나니, 우리가 타고 온 낡은 SUV로는 도저히 자신 없어 차를 렌트하기로 했다. 데스밸리 안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레이스트랙에 가기위한 4×4 지프차 렌탈 서비스를 해주는 곳이 있다. 비싼 경비에 불구하고, 게다가 개스 가격이 치솟는 요즘에 생각보다 차를 렌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2인승 지프차가 이미 모두 예약이 다 되어 좀 더 비싼 값을 치르고 4인승 지프차를 렌트했다. 차를 렌트해주는 사무실에서 장황하게 레이스트랙 안내를 해주는 할머니가 잔소리처럼 여러 번 주위상황을 일러주었다. 긴 설명을 듣고 난 후에 자동차 키를 건네주면서 물과 얼음이 가득 들어 있는 아이스박스와 지도 한 장을 주었는데 레이스트랙뿐만 아니라 주변에 폐광도 있는데 꼭 들러보라고 했다.


레이스트랙 플라야를 향해 떠나는 사람들은 젊은 커플뿐만 아니라 노부부도 있었는데, 남녀노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온 것을 보면 레이스트랙 플라야의 유명세를 보여 주는듯하다.
약 1시간 정도 가다보니 28마일에 달하는 비포장 길이 드디어 나오기 시작했는데 렌트카 빌려주는 렌탈 오피스의 할머니의 말처럼 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었다. 보통 비포장 길과 달리 날카로운 돌들이 깔려있는 마치 빨래판처럼 울퉁불퉁 깔린 돌들 위를 계속해서 달린다는 것이 렌트한 4×4지프차가 아니면 바퀴와 차가 모두 망가질 것 같았다. 가끔 보이는 새 차 같은 4×4 SUV차들이 지나가기도 했는데 차가 많이 망가져버릴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비용은 들었지만 지프차를 렌트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일반차량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어 좋았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50분이 넘게 가니까 머리가 울려 조금 피곤하고 어지럽게까지 느껴졌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비포장 길에 저 멀리 이정표 같은 팻말이 보였다. 레이스트랙 플라야 6마일 전에 볼 수 있다는 티케틀 정션(Teakettle Junction) 팻말이 가까이 보였다.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중에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 가까이 보였다. 티케틀 정션은 레이스트랙 플라야를 가는 사람들이 길을 잘못 들어서 조난을 방지하기 위해 눈에 잘 띄게 각양각색의 주전자를 걸어 둔 재미있는 사진이었다. 차에 내려 가까이 다가서서 자세히 살펴보니 주전자에 낙서들이 다양한 국적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리 알았으면 한국식 노란양은 막걸리 주전자를 가져가 걸어둘걸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사진촬영을 마치고 다시 서둘러 달렸다. 6마일쯤 더 가니까 도착지 같아 보이는 넓은 호수 같은 장소가 보였다. 이곳은 호수 같지만 호수가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평평하다는 육각형모양의 작은 조각으로 갈라진 넓은 경마장 같아 보였다. 그래서 이곳을 Racetrack Playa(평평한 경마장 바닥)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자료에 의하면 길이 2.8마일, 폭 1.3마일의 넓은 이곳의 남쪽과 북쪽의 고도차가 1.5인치라고 하니 정말 평평한 대지인 듯하다. 또한 만 년 전에 생성된 이곳은 진흙의 깊이가 최소한 무려 1,000피트에 달한다고 했다.
화성의 이방인 같이 직접 발을 딛고 넓은 레이스트랙 플라야 한 가운데 서보았다. 빈들의 마른 가지인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마음이 편안하고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었다. 머릿속을 비우고 나서 레이스트랙 플라야 안에 움직인 흔적이 보이는 돌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돌이 어떻게 혼자 움직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데 신빙성 있는 가설은, 겨울철 눈 등이 내려 녹은 물이 호수 바닥에 얕게 깔리고 강풍이 불어오면서 젖은 바닥 위를 돌이 조금씩 미끄러져 가는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실제 움직이는 거리는 몇 년에 걸쳐서 아주 조금씩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곳의 움직인 돌들을 보기위해 많은 경비를 들이고 비포장 길을 고생하며 달려온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는데, 특별해 보이는 사람들이 아니고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애완견을 데리고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보였는데,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고 그 모습을 열심히 사진에 담는 부모들이 보였다. 이곳은 평소에 바람이 무척 세게 부는 곳 중 하나라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날이 마침 그곳에서 보기 드문 바람 없고, 온도가 적당한 최상의 컨디션의 날이라서 최상의 컨디션을 사진에 담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또 다른 자료에 의하면 풀한 포기 자라지 않는 불모지인 레이스트랙 플라야는 겨울철 우기에만 비가 내려 그곳이 진흙으로 변하다가 다시 건기가 찾아오면서 수분이 급속히 빨리 말라 작은 육각형으로 갈라진다고 한다. 바람 또한 시속 90마일까지 불어 돌이 조금씩 움직이면서 자국을 남긴다고 한다. 움직인 흔적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했는데 특이한 작품을 대하는듯했다.


NASA에서 움직임을 알아보기 위해 돌에 GPS까지 달아보고 바닥을 파서 센서를 달아 위치 추적을 시도 했지만 돌의 움직임에 대한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한다. 기하학적 곡선을 그리며 항해하는 듯한 움직이는 돌은 과학자들도 알기 힘든 미스터리라고 한다.
평범한 돌들이 이렇게 환경에 의해 신비하게 움직이는 돌로 변하는 것을 보고 사람도 환경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매번 여행을 통해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작품을 대하듯 여러 각도에서 사진촬영을 마치고 지프차 렌탈 오피스에 할머니가 꼭 들러보라고 한 폐광 가는 길로 향했다. 폐광은 다른 곳에서 보았기 때문에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지만 호기심으로 가보기로 했다. 폐광 사인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조금 헤매다가 폐광 들어서는 길로 들어갔는데 한참을 들어서자 4×4로 거친 산을 운전한 경험이 없는 남편이 자신 없는지 다시 돌아 나오자고 했다. 하지만 이미 들어온 길이 너무 위험하고 거친 언덕길이라 다시 되돌아 나오려고 했는데 차를 돌릴 장소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뒤로 백업할 수 있는 상황은 더욱이 아니었다. 만약에 내려오는 차와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찔했었다. 차를 돌릴 길 없어 그대로 폐광이 있는 곳까지 가야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한참 언덕길을 오르니 다 쓸어져가는 녹슨 폐광의 모습이 눈앞에 보였다. 인적은 전혀 없고 총구멍만 있는 그곳에 오래 머물러 있기 겁날 정도로 적막했다. 비로소 차를 돌릴 공간이 보여 차를 돌려 내려오는데 차가 커다란 바위와 날카로운 돌들 위를 출렁이며 내려오는데, 온몸이 흔들리고 손에 땀이 나고 후회와 원망뿐이었다. 렌탈 오피스 할머니가 왜 그곳을 추천했는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무작정 가라는 대로 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빨래판 도로를 1시간 정도 출렁이며 가는데 드디어 비포장도로를 벗어나면서 포장도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스릴 있고 재미있었지만 장시간을 달리는 비포장도로는 정말 피곤했다. 잘 달리는 포장된 도로가 새삼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데스밸리 끝자락에 도착하자 우베헤베 크레터 (Ubehebe Crater)라는 분화구를 구경했다. 해질 무렵이 가까이 와서 그런지 바람이 매우 거세게 불어 분화구를 따라 원형처럼 된 등산로를 걸어보지 못하고 사진만 몇 번 찍고 되돌아 나왔다.
거친 곳을 다녀오느라 피곤에 찌들 것 같았는데 집으로 향하면서 가지고 있던 짐을 모두 벗어 내리고 홀가분한 기분을 느꼈다. 다녀와서도 머릿속에 한참동안 그곳의 장면들이 남았다.

글 : 유니스 홍, 사진 : 브라이언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