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곳 EGYPT Part 4.

EGYPT Part 4.

수많은 유적지와 사막에 생기를 주는 나일강의 아름다움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여행에서 얻은 감동이 풍요롭게 넘쳐흘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행지에서 만났던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 이집트는 무질서와 쓰레기가 가득했는데 그런 이집트 속에 비집고 들어가서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물가는 무척 저렴했다. 유적지나 박물관에서는 돈이 필요했지만 단순이 먹고 자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
원래 물가가 싸다고 느꼈는데 환율이 많이 떨어져 더욱 저렴했다. 여행자 입장에서 그저 여행하기 정말 좋은 나라였다. 하지만 환율 변동이 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집트의 국내외 정세가 좋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집트를 여행하기 전에만 하더라도 이집트인들의 호객행위가 인도보다 더 심한 나라라는 악평을 많이 들어서 무심한척했지만 은근히 걱정했다. 그러나 정작 여행을 시작하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이집트에서 친절한 사람을 많이 만나 즐거웠다.
가끔 카이로나 룩소르 거리를 걷다 보면 여행자에게 다가오는 수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수법이 너무 허술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도시의 경우 치안이 생각보다 안전했다. 곳곳에 군인같이 무장한 경찰이 다니고 라마단 기간의 종교적 분위기로 조금 경건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집트 수도인 카이로로 다시 돌아왔다. 12박 13일간 꿈같은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가고 떠나는 날까지 여행 일정을 잡았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신비로운 나라 이집트,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이집트 여행 중 꼭 가봐야 할 명소를 모두 볼 수 없었지만 현지 가이드를 잘 만나 알차고 안전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투어는 올드 카이로 방향으로 향했다.
이집트의 보물창고라고 불릴 정도로 위대한 유물을 다수 보관하고 있는 고고학 박물관을 관람하기 전에 몇 곳을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마치 남대문 도깨비 시장처럼 온갖 물건으로 쌓여있는 1382년에 열린 전통 시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이라는 ‘칸엘칼릴리’에서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몇 개 골라 보기도하고 맛있는 망고 쥬스도 마시며 유유자적한 쉼의 시간을 즐겼다. 그리고 이름조차 외우지 못할 정도로 많은 유적지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처음에는 젊은이들이 하는 포즈를 부끄러움은 잠깐이지만 사진은 평생 남을 것 같아 특별한 인증 샷을 남겼다.
가이드와 함께 움직일 때는 안전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되었지만, 카이로 골목을 자유롭게 다니니까 조금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집트인들의 호객행위도 세련되게 거절하기도 하고 그들과 친구처럼 대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면서 한편으로 측은함까지 들을 정도로 열악하고 물자가 너무 부족한 이집트인들이 안타까워보였다.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민족이 너무나 힘들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 생각보다 절실해 보였다.
세계적인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식량위기, 환경문제, 기후 변화 등 모든 민족들이 힘든 시기에 이집트라는 나라가 너무나 낯선 나라이고 뭔가 위험할 것 같기도 해서 다녀올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친절하고 믿음직한 로컬 이집트인 가이드 안내와 알찬 일정으로 만족한 여행을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올드 카이로는 카이로의 발상지이며, 이집트 역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콥트 기독교의 심장이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기도 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곳인 올드 카이로에는 지금도 콥트 기독교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이슬람 모스크도 많다고 한다,
이집트는 AD 65년 신약성경의 마가복음의 저자 마가 요한에 의해 전도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마가 요한은 카이로 북부지역의 항구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 교회의 초석을 놓았고 2세기경에는 기독교 교세가 이집트에 퍼졌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오래된 기독교 유적을 볼 수 있는 곳이 올드 카이로인데 길을 걷다가 이집트의 콥트 교회들을 볼 수 있었다.
이집트 콥트 기독교는 이슬람화 되어가는 상황에서 그리스도의 신앙과 고대 이집트의 파생어인 콥트어를 오늘날까지 지키고 있는데 초대 교회 예배 의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가는 길 골목 어딘가에 있는 골동품 가게에 잠시 머물렀는데 연기를 피우며 튀어나와 ‘소원을 말해봐~”라고 말할 것 같은 요술램프들도 보였고 다양한 기념품들이 마치 고대유물처럼 앤틱스러워 보였다.


가이드가 안내하는 긴 골목 어딘가를 따라 들어가 보니까 입구가 다소 초라해보였지만 유명한 “아기예수 피난교회”라고 했다.
교회가 재건된 현재 위치에 아기예수와 마리아 요셉이 한 달간 피난 생활을 했던 동굴 위에 세워진 교회는 이집트 비잔틴 바실리카 양식으로 넓은 회중석 2개의 긴 통로를 가지고 있었고 대리석 기둥은 고대 건축물에서 가져와서 사용하였으며 12개의 기둥들이 모두 멋지고 견고한 대리석인데 비해 유독 볼품없이 다듬어지지 않은 기둥이 바로 가롯 유다 기둥이라고 했다.
박해를 피해 예수, 성모마리아, 요셉의 은신처에 세워진 교회 안에 어둡고 초라해 보이는 장소 한 장소가 화려했던 이집트 왕가의 건축물과 조형물이 대비되어 마음에 남았다.
얼마 후 이집트에서 Hang in Church, 성 미카엘교회 또는 가브리엘 천사로도 불렸던 모세기념교회도 방문했는데 너무나 의미 있고 귀한 시간이 되었다.
카이로 공중교회(Hang in Church)는 교회 건물이 옛 바벨론 성채의 두 요새로 통하는 통로에 얹혀 있어서 알 무알라카 교회라고도 하는데 무알라카라는 말이 ‘매달린’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이집트 콥트교회의 대주교좌였으며 원래 파라오 시대의 신전 터가 로마의 신전 터로 쓰였다고 한다.
교회 입구 정면에 2개의 종탑이 솟아 있고 교회 입구로 올라가는 통로에는 그리스도 예루살렘 승천, 이스라엘의 12지파와 예수의 12제자, 신약과 구약의 통일 등을 의미하는 24개의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니까 교회 안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안뜰과 같은 작은 정원 길 양옆의 아름다운 모자이크 성화로 된 벽화들을 볼 수 있었다.


교회 방문을 마치고 고고학 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고고학을 연상하게 하는 내츄럴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살짝 어설프거나 대충 놓인 디스플레이를 보고 조금 당황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도 익숙하게 보였다. 오히려 보면 볼수록 이집트 고대 문명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전 세계 수많은 여행자들이 꼭 방문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관람하기가 자유스럽고 한적해서 좋았다.
이집트에서 유적지마다 찬란한 유물들이 많았는데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도 너무나 많았다.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해준 덕분에 고대 문명부터 역사 그리고 예술, 정치, 사회적 이야기를 통 털어 공부하는 기분이 들어 매우 흥미진진하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떤 이집트 유물들을 LA카운티 뮤지엄에서도 보았고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이집트 현지에서 보는 유적들은 더 감동으로 다가왔다.


박물관 곳곳을 돌아다니며 관람하다가 사람들이 웅성이며 모여든 방으로 들어섰다.
박물관 곳곳에서 사진촬영이 허가되었는데 유난히 그 방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 되었고 근엄한 표정으로 경비원이 감시하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유물이 있나 하고 방에 들어서는 순간 숨이 멈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 보고 싶었던 실제 실물 투탕카멘의 황금가면이 있었던 것이다. 이집트 여행의 하일라이트를 보는 것 같이 황홀한 감동과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가면이 빛나고 있었다. 곧 살아날 것 같은 투탕카멘의 영혼이 있는 것 같았다. 그 신비함으로 한동안 머물다가 방 밖으로 나오니까 정신이 혼미한 것 같았다. 투탕카멘 황금가면을 관람한 것이 이집트 여행에서 쓴 경비가 하나도 아깝지 않았고 우리끼리 경비를 뽑은 것 같다고 신나했었다.
지금처럼 미래가 불투명한 시대에 사람들은 문화예술체험과 낮선 사람을 만나서 식사하기, 배워 본적 없는 것 배우기 등, 안 해본 것 해보기를 여행을 통해서 좀 더 자유롭게 파격적으로 즐겁게 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여행을 통해 인생을 풍요롭게 즐기는 데는 마음의 불안함과 막연한 주저함만 버릴 수 있다면 신선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숨 가쁘게 움직였던 일정을 모두 끝내고 단비 같은 시간을 호텔에서 보냈다. 나일강의 밤풍경을 바라보며 이집트의 아름다운 휴양지에 머물고 있는 것 같은 그곳에서 몸과 마음에 쉼의 시간을 보냈다.
여행하기 까다로운 지역인데 안전하고 편안하게 버킷리스트를 채운 것 같아 너무나 감사했다.
이집트 여행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여행이었다. 그리고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이집트에서 그동안 꿈꾸었던 여행을 하며 받았던 그 신비로운 감동을 살아가는 동안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글 : 유니스 홍, 사진: 브라이언 홍 Instagram: valley_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