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문객 수입에 의존하는 비즈니스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볼 때 한동안 마음이 무겁고 외출할 기분이 나지 않았는데, 요즘은 백신공급과 코로나-19 피해 수치가 조금씩 내려가는 등 이전보다 조금 밝아진 분위기가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 코로나-19로 한동안 문을 닫았던 산타바바라 동물원이 다시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들이 할 겸 드라이브를 했다.
산타바바라 동물원과 가까운 솔뱅 마을을 돌아보는 당일치기 코스로 정하고 떠났는데 따스한 햇살과 맑은 하늘이 침울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아직 봄빛을 담고 있지 않았지만 구비 구비 산길을 지나 정상을 넘자 푸른 산과 맑은 호수 그리고 화사한 햇살이 만들어내는 풍경화 같은 분위기가 바라만 보아도 코로나-19로 닫혀 있었던 마음이 활짝 펴진듯했다.
산 중턱에 잠시 차를 세워 기지개를 활짝 펴고 멀리 보이는 풍경을 감상해 보았다.
팬더믹 시대 이전에는 별 감흥 없이 보았던 풍경이 요즘은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자료를 찾아보니 솔뱅이라는 뜻이 ‘양지바른 들판(Sunny Field)’이라고 하는데 그런 양지바른 들판에서 건강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지금의 시간이 감사했다.
몇 년 전 부모님이 미국에 방문하셨을 때 솔뱅을 구경시켜드렸는데 함께 거닐며 다녔던 거리와 마을 모습이 추억으로 되살아나 또 다시 방문한 감회가 새로웠다. 솔뱅에 도착해 차를 주차하고 마을 주변을 돌아보았다. 상점과 숙박업소, 식당 등 대부분 문을 연 상태인데 마을 주민 같은 몇 몇 사람만 보였고 관광객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주중 한낮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사람이 없어 솔뱅을 찾은 우리가 미안할 정도였는데 뉴스에서 보도된 장면이 현실로 직접 느껴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솔뱅도 대부분 식당들이 문을 일찍 닫고, 버스로 오는 관광객도 없다보니 매우 한산했고 야외 다이닝 테이블이 있는 식당은 손님이 없어 쓸쓸해 보였는데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리틀 덴마크’로 불리며 사랑을 받아온 ‘솔뱅’이 생존 위기에 처해보였다.
LA타임스 여행섹션에서는 매년 많은 방문객이 찾았던 솔뱅은 코로나 사태 이후 방문객이 뚝 끊기면서 이 작은 도시가 그야말로 최악의 경제 위기에 봉착했다고 보도했었다. 숙박업소와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를 걷다가 건물 뒤편에 파머스 마켓이 열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식료품 등 마을 인근에서 농사지은 사람들이 직접 판매하는 모습과 현지인들과 방문객 곳곳에 보여서 반갑게 보였다. 마을 주변 구경을 제대로 못한 채 목장지대와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친절한 주민들과 작지만 매력적인 풍차가 보이는 덴마크 분위기의 솔뱅 마을이 다시 회복해서 예전 분위기로 돌아올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솔뱅 마을을 벗어났다.
산타바바라에 도착하니 상가들이 대부분 오픈했고 식당가도 길가에 예쁘게 테이블을 놓고 램프도 세워놓고 분위기에 맞는 장식을 하고 마치 유럽 거리에 낭만적인 식당처럼 나름대로 손님을 맞이하고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이 보였다.
산타바바라에 밝고 빛나는 넓은 바다가 보이는 길을 따라 언덕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위치에 자리한 산타바바라 동물원(Santa Barbara Zoo)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예쁘고 아늑한 도심 속 숲속 같아 가족 나들이로 유명한 곳이다.
동물원에 도착하니까 거리두기로 코로나 사태 이전과 너무 다른 모습이 보였는데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동물캐릭터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 앞에서 천진난만하게 장난치며 입장을 기다리는 아이들 모습과 가족이 보였다.
동물원은 미리 예약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데 동물원 매표소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코드를 보여주고 30분 간격으로 사람들을 조금씩 들여보내고 있었다. 차례가 되어서 들어가니 자연 속 숲이 있는 공원으로 들어선 듯 아늑해 보였는데 입구에 위치한 실내 기프트 스토어는 모두 밖에 오픈된 장소에 진열되어 있었다.
동물원 입구부터 약간의 경사진 길을 타고 올라가게 되었는데 동화처럼 아름다워서 동물원인지 식물원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동물원 중간에 작은 언덕으로 오르니 처음 반겨준 검은 백조 두 마리가 잘 찍은 사진처럼 보였다.
저 멀리 두 번째로 수달 그리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악어! 유튜브 동영상에서 악어가 먹이를 물고 몸을 몇 바퀴 돌려 험악하게 뜯어 먹는 모습을 보아서 그런지 실제 본 악어가 너무 무서워 보였다. 그리고 한가로이 여유 있게 수영하는 귀여운 펭귄 등 산타바바라 동물원 분위기에 맞게 작고 앙증맞은 동물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새들도 많았는데 이곳에서 제일 많은 개체수를 갖고 있었던 홍학무리가 예쁘게 보였다. 그곳 한쪽 구석에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색이 있는 화려한 앵무새도 보였는데 아무도 말을 시키지는 않았다. 그리고 커다란 나무와 싱그러운 잔디가 있는 넓은 공원을 지나 조금 더 지나가니까 조금 시끄럽게 소리가 들렸지만 재미있는 소리를 내는 커다란 새와 멋진 날개를 펼쳐 나르는 콘돌의 모습이 신기해 보였다. 이밖에 성질이 사나워 보이는 황금색의 원숭이, 귀엽고 작은 동물들만 보다가 동물원답게 보이게 해준 커다란 체구의 코끼리가 보였다. 그리고 어린 꼬마친구들이 동물을 보느라 정신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 거리두기를 하며 가까이 다가서니까 표범이 보였다. 표범을 실제로 보고 놀란 점은 꼬리가 엄청 크고 길다는 것이었다.
맹수 중에서도 가장 무섭다는 표범은 다른 동물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은 아니라고 했다.
무서운 맹수를 보고나서 귀여운 거북이 가족도 보았는데 엉금엉금 기어가면서 목을 쭈욱 들이 밀거나 다리를 펴기도 했다. 걷는 모습을 보니 거북이답게 너무 느리게 움직이는 보습이 재미있었다. 물이 흐르는 주변경관과 어우러지는 다리를 지나 또 다른 길로 돌아서니 나무랑 색이 비슷해서 한참을 찾았던 미어캣이 보였는데 어딜 보고 있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철망사이로 보이는 사막여우 두 마리가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동물에 대한 사랑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동물에 대해서 마음속에 그려보라면, 미소를 멈출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 역시 나의 행복에서 출발되는 것 같은데 귀엽고 예뻐서, 신기해서, 함께 하면 즐거워서 등 나의 행복한 감정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주를 데리고 사진을 찍는 할머니, 유모차에서 아이와 함께 거니는 가족들 그동안 바깥나들이 제대로 못해서 그런지 모두가 더욱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아직 공사 중인 곳과 오픈하지 않은 부스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찾은 산타바바라 동물원은 더욱 재밌고 흥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나 요즘시절에 비교적 사람들로 붐비지 않고 아담하고 식물원 같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한적하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한참을 돌다 나오니까 동물원의 하이라이트인 기린이 있는 저편에 바다가 보였다.
어떻게 사진에 담아야 바다와 함께 담을 수 있을까 기린과 바다를 한꺼번에 담고 싶어 여러 각도에서 보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귀엽고 사랑스런 동물들이 가득한 이곳에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동물원 뒤로 바다가 있어서 동물들과 바다를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기린을 보고 뒤돌아서는데 들리는 우렁찬 으르렁~ 소리! 어디서 녹음기라도 틀어놓았나 했는데 넓은 공간에서 사자는 언제 울부짖었는지 모르게 조용히 누워있었다.
많은 동물을 볼 수 있다는 것 보다는 가족 공원 같은 자연 풍경이 아름답고 산책하며 휴식을 주었던 산타바바라 동물원은 하루에 반나절 만에 동물원을 둘러 볼 수 있으며, 동물들을 만난 후 피크닉 점심을 즐기고 푸른 정원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도시에서 가까운 자연 친화적인 명소인 것 같았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동물원 동물들까지 위기로 내몰고 있지만 일상에서 여행을 떠나듯 쉽게 나들이 갈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동물원이다.
산타바바라 동물원을 방문해서 쉽게 볼 수 없는 동물들과 교감하며 알아가는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보호하고 돌봐야 할 동물들을 살피고, 그들이 부리는 재롱에 웃음 지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이 추억으로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글: 유니스 홍, 사진: 브라이언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