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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Capitol & Library of Congress

별다른 기대 없이 가이드 투어 신청을 보냈던 연방 하원의원 사무실에서 E-메일로 반가운 소식이 왔다.
연방 하원의원 사무실에서 워싱턴 DC 의사당 가이드 투어를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덕분에 워싱턴 DC 여행을 계획할 수 있었는데 방문한 김에 워싱턴 DC의 유명한 곳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탐방할 계획을 짰다.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로, 정치와 역사, 문화의 중심지로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도시이다. ‘D.C.’는 ‘District of Columbia’의 약자로, 워싱턴 DC는 미국의 50개 주 중 어느 주에도 속하지 않는 특별한 연방 행정구역이다.
LAX에서 유료 주차장에 차를 놓아두고 비행기 시간에 맞춰 이른 새벽에 출발했다. 대략 다섯 시간 만에 공항에 도착해서 공항과 연결된 지하철을 타기위해 기계에서 티켓을 구입하려했는데 이용하는 방법이 은근히 어려웠다.
옆에서 티켓을 구매하는 사람도 난감해 하니까 직원이 찾아와 친절하게 도와준 덕분에 쉽게 구입할 수 있었는데, 원리를 이해하면서 기계를 사용하면 될 것 같았지만 처음 사용하는 사람은 헤매기가 쉬울 것 같은 티켓 판매기 주변에 직원이 대기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공부’를 하면서 낮선 곳에서 적응해야하는데 낮선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으면서도 공부하듯이 하니까 문제가 해결됐다.
아무튼 조금 이해하기 힘든 공부를 마치고 티켓을 구입해 안으로 들어섰는데 워싱턴 D.C. 메트로의 역 플랫폼 내부는 마치 벙커처럼 만들어져 있었고 에스컬레이터로 매우 깊은 곳을 한참을 내려갔다. 근데 목적지를 가기위한 전광판에 글자가 모두 약자로 적혀있어 바로 이해가 안 되었는데 그것도 차분하게 하나하나 살펴보니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워싱턴 DC 메트로는 총 6개 노선이 있는데 오렌지, 실버 등 노선을 칼라로 구분한 많은 환승역과 다양한 노선이 조금 복잡해 보였지만 스마트폰에 구글 지도를 보면서 가니까 찾기가 쉬웠다.
숙소는 이동이 편리한 지하철과 가까운 곳으로 정했는데 빌딩 사이를 오갔는데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LA보다 습도가 많아 땀이 흐르고 캐리어를 끌고 지친 발걸음을 걸으며 도심을 걷다가 우연히 들어선 주차장옆길 골목에서 목적지를 찾을 수 있었다.
지도상으로는 지하철 입구와 매우 가까운 곳인데 낮선 도시에서는 왜 헤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워싱턴 DC에서의 첫날은 도심에서 헤매느라 지친 몸이었지만 쾌적하고 조용한 주변 환경이 맘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약속한 시간에 맞춰서 조금 일찍 연방 하원의원 사무실에 방문했다. 입구에서 까다로운 보안검색을 마친 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온라인으로 신원조회를 마친 후라 별다른 조사 없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담당 오피스의 직원이 이름을 확인하고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다른 방문객도 있어서 조금 기다렸는데 약속시간에 안 와서, 오직 우리만 개인 가이드 투어를 시작한다고 했다.
연방 하원의원 사무실에서 안내하는 친절한 직원이 자기소개와 함께 연방 하원의원 오피스 빌딩(Cannon House Office Building)에서 의회의사당으로 연결되는 지하 터널을 통해서 내부를 안내해 주었는데 의원 집무실들이 있는 긴 복도를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와 보니 어느덧 연방 의회의사당(The Capitol)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미국의 정치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수많은 역사의 순간을 목격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를 직접 방문해서보니 그 웅장함과 깊은 역사를 체험할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좌우로 큰 채광지붕이 만들어져 있는 커다란 안내센터(U.S. Capitol Visitor Center)내부에는 주변에 거대한 조형물들이 곳곳에 우뚝 서 있었고 중앙에는 U.S. Capitol 빌딩 돔 꼭대기에 있는 청동 조각상 ‘Statue of Freedom’과 같은 크기의 석고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곳을 노예해방 홀(Emancipation)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의사당 공사에 동원된 당시 흑인 노예들을 기리는 의미 있는 곳이라고 한다.
사무실 직원을 따라 안내를 받으며 또 다른 장소로 이동했는데 1층을 구경하고 계단을 통해서 의회의사당의 중앙 홀 이자 투어의 핵심인 Rotunda가 있는 2층으로 따라 올라가 보았다.
그곳은 커다란 돔의 천정이 매우 웅장하고 화려했는데 천정 중앙에는 놀랍고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림 설명은 워싱턴 대통령이 자유와 승리/명예와 함께 영광스럽게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워싱턴의 신격화의 상징’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좌우로 승리의 여신을 거느린 조지 워싱턴과 독립 당시 13개 주를 상징하는 13명의 여인들이 원형을 이루고 그 바깥으로 워싱턴의 바로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쟁, 과학, 해양, 상업, 농업을 상징하는 그림이 로마신화에서의 신들과 벤자민 프랭클린 등의 실존인물들이 함께 그려져 있는 프레스코 화였다. 또한 동그란 벽면의 위에는 부조처럼 보이는 입체화가 한 바퀴를 돌면서 그려져 있었는데 특히 미국역사의 마지막이 그림이 라이트 형제가 인류최초로 동력비행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흥미롭고 신기해 보였다.
아래 원형 홀 벽에는 독립 선언서 서명, 포카혼타스 세례, 순례자의 승선, 콜럼버스 상륙, 조지 워싱턴 장군 사임 등 미국 역사의 중요한 사건을 묘사한 대형 그림이 있었다. 그리고 국립 조각상 홀(National Statuary Hall) 및 미국 국회 의사당의 연결 복도가 있으며, 그곳에서 모든 주를 대표하는 조각상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룹투어나 일반 여행자들이 갈수 없는데 운 좋게 연방의원의 초대장을 받은 우리는 House Gallery에 들어섰는데 엄격한 보안 절차를 거쳐야 했다. House Chamber 관람석인 하우스 갤러리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나 녹음이 금지되어 있으며, 조용히 주의 깊게 회의를 관람해야 한다고 했고 갖고 있는 스마트폰과 지갑을 포함한 모든 소지품을 보관소에 맡겨야했다.
스마트 폰 마저 두고 가야해서 사진도 찍을 수 없었는데, 하우스 갤러리라는 지정된 곳에서 한동안 침묵 속에 눈으로만 담았다.
House Gallery는 초청된 일반 시민들이 하원 회의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로 하원의 공식 회의나 토론이 열리는 동안 개방된다고 했는데 연방 하원의원 덕분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너무나 감사했다.
House Chamber는 하원의원들 회의와 매년 초 미국대통령의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작년에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장소이기도 해서 좀 더 의미 깊게 바라보았다.
국회의사당 내 하원 회의실을 탐방한 시간은 그저 역사를 둘러보는 시간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심장부를 체감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수많은 의사 결정과 토론이 이루어진 공간에 서 있으니, 그곳에서 펼쳐졌던 치열한 논의들과 그 결과물들이 나라의 방향을 결정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회의실 안에 가득 찬 과거와 현재의 중압감을 느끼며, 그곳에서 일했던 이들의 책임감과 헌신을 떠올렸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결정을 통해 우리 일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그곳에서 어떤 논의가 이어질지에 대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House Gallery를 떠나며,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누리는 권리와 자유가 그곳에서 성장해왔음을 이해하며, 그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의회의사당 탐방은 단순한 관람이 아닌, 민주주의에 대한 감사와 책임감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그 경험이 앞으로의 정치적 관심과 참여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역사의 현장을 떠났다.
의회의사당 내부를 탐방하고 그곳과 연결된 또 다른 장소로 세계에서 가장 장서가 많은 도서관으로 알려진 미국 의회 도서관을 방문했는데, 도서관이 그렇게 멋지고 아름다운지 무척 놀랐다. 게다가 서양 인쇄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구켄베르크 성경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해졌다.
의회 의사당 2층 표지판을 따라 지하 통로로 갈 수 있어서 편리했다. 이메일로 받은 예약확인서를 직원에게 보여주고 무료입장을 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이탈리아 르네상스 스타일로 장식된 1층의 그레이트 홀은 정말 놀라웠다.
도서관이라기보다 마치 유럽 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으며 섬세한 조각들과 빛을 통과한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젊은 시절 학교에서 배운 기억이 나는 구텐베르크 성경책을 실제 눈앞에 마주한 성경책을 보는데 실감이 안 났다. 그곳에 구텐베르크 성경은 동물 가죽으로 만든 고급 양피지에 인쇄된 것이라고 했는데 참 특별하게 보였다.
도서관에서 마련한 특별한 인쇄와 고서를 전시한 전시 부스에서 관람을 하고 1층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아치 형태로 그려진 벽화에 ‘아는 것이 힘이다'(KNOWLEDGE IS POWER)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미국 의회 도서관의 하이라이트인 메인 리딩룸이 있는 이층을 올라가보았는데 수많은 책장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까지 한눈에 들어온 장소가 너무나 완벽하게 그리고 아름다워 보였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본지 너무 오래되어 그곳에서 기회가 되면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미국 의회 도서관은 천정 뷰도 정말 아름다웠고 2층에 있는 계단에서 볼 수 있는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 모자이크도 보이는 미술관 같았다.
미국 의회 도서관 방문은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을 선사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 중 하나로, 그곳은 인류 지식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고서에서부터 최신 디지털 자료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지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했다.
아름다운 장서들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곳에서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활자로 인쇄된 책자는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을 넘어, 독자에게 깊이 있는 경험과 감동을 선사한다.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활자가 가진 특별함은 지워지지 않는 가치로 남아 있으며, 이는 우리가 책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