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로 인해 여행이 어려운 시간이 이어지고 있지만 힘든 시기를 지난 후 다시금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또 다른 여행지를 소개한다.
몸과 마음이 답답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탁 트인 곳에서 신선한 공기와 바람을 느끼고 싶다면 흥미진진하고 도전적인 경험을 즐기는 모험이 조금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유타주 모압(Moab)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붉은 흙이 잔득 낀 커다란 오프로드 자동차를 만날 때마다 언젠가부터 미뤘던 모험을 떠나고 싶은 충동이 다시 살아났다.
5-6년 전 Kiva 라는 곳을 하이킹하기 위해 다녀왔던 캐년랜드에서 젊은이들이 까마득하게 위험해 보이는 협곡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는데 세월이 더 멀리 흐른 지금 이제 와서 모험을 떠난다는 것이 조금 무모해 보일지 모르지만 청춘이 지고 중년도 다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요즘 더 나이 먹기 전에 힘과 용기가 남아 있을 때 도전해 보는 것도 기억에 확실히 남을 추억이라고 생각해서 캐년랜드에 위치한 Shafer Canyon Rd로 향했다.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조금 흥분된 마음이 들었지만 두려움은 생각보다 덜했는데 그 이유는 왠지 색다른 걸 하고 싶은 충동이 더 커진 이유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유타주 동쪽 끝에 위치한 Canyonlands National Park은 빼어난 붉은 바위, 자연이 빚은 섬세한 아치와 시원하게 흐르는 콜로라도 강과 지류가 연출하는 절경이 장엄한 곳이다.
그랜드캐년 같이 깊은 캐년이라기보다는, 조금 멀리서 내려다보는 캐년 군락의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캐년의 모습은 말로 표현할 방법이 별로 없었다. 캐년랜드 국립공원 협곡 안으로 출발하는 곳에서 거칠고 광활한 풍경이 까마득하게 멀리 보였다.
Shafer Canyon 의 협곡 절벽에 서있으니까 현기증이 조금 날 정도로 내가 서있는 지점 절벽이 말 그대로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고원의 붉은 사막이 1500만 년 전까지 바다였는데 바다가 융기하면서 평평한 바다 아래의 고원지대가 기후 변화로 인해 사막지대로 깎이기 쉬운 붉은 사암들이 쉽게 침식 되어 만들어진 캐년랜드는 다시 와 보아도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되는 곳으로 Shafer Canyon 오프로드를 달리는 기분이 너무나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Shafer Canyon 길은 꽤 구불구불하지만 풍경이 드라마틱하게 변해서 운전하는 재미(?)가 있는 길이다.
먼저 다녀오는 반대편 차에 절벽 길이 좁아서 구석으로 세워서 비껴주었는데 사람들이 창밖을 내다보며 환호를 지르면서 ‘Have fun !’ 하고 엄지 척을 하며 외쳤는데 왠지 고생 좀 해보라는 소리로 들렸다.
꾸불꾸불한 절벽 가장자리를 따라 한참을 가면서 콜로라도 강에 의해 형성된 협곡의 모습을 영상과 사진을 고프로에 담았는데 너무나 가파르고 위험해 보이는 절벽 아래 풍경을 찍으면서 절로 환호를 외치게 되었는데 옆에서 운전하는 남편이 왠지 너무 조용했다.
영문도 모르고 경사가 가파른 앞이 잘 안 보이는 내리막길을 간신히 지나서 다시 핸들을 확 틀어 구부러진 길목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돌아 나오고 정신없을 정도로 험난한 도로를 오르락내리락 하니까 캐년랜드 이정표가 보이는 길게 뻗은 길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나 자신도 운전석 옆에서 처음에는 멋모르고 신나고 재미있어 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손에 땀이 나고 롤러코스트를 타고 내린 사람같이 몸이 붕~ 떠 있는 것 같았다.
숨죽이고 아찔한 곡예 운전을 마친 남편은 무사히 안전하게 내려온 안도의 한숨을 쉬고 머리가 쭈삣 설 정도로 너무나 아찔한 운전으로 Shafer Canyon이 일생에서 제일 무서운 운전 경험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인증 사진을 찍고 다시 오던 길을 오르니까 이전의 어마 무시한 도로를 달리는데 아찔함과 불안이 덜해지고 비교적 쉽게 갈수 있었다.
다녀왔던 길을 다시 회상하며 나름대로 짧은 모험을 즐기게 되었던 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졌는데 만약 위험하다는 이유로 모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아쉬운 마음이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 무모한 모험이었을지 모르지만 절대로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목록’ 중에 ‘모험’을 넣을 생각이다.
나이가 들면서 ‘진부한’ 삶의 연속이 되는 것은 정신없이 바쁜 삶 속에서 일상의 편안함을 추구하기 때문인데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음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합쳐져 더 이상 모험을 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모압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기묘한 모습으로 유명한 고블린 밸리 주립공원(Goblin Valley State Park)에 도착했다.
신화 속 고블린 형상을 닮은 괴상한 사암 지형 고블린은 일명 버섯 계곡이라고도 불린다.
입구에서 안내문을 받고 고블린 밸리 방향으로 진입해서 들어가면 세 개의 고블린을 먼저 보게 되는데 이름 하여 ‘쓰리 시스터즈’가 반겨주는데 방문객을 가장 먼저 맞아주는 고블린 밸리의 마스코트와 같았다. 그리고 이어 전망 포인트에 도착하는데 낮은 지대를 가득 채운 기괴하게 동글동글한 모양의 형상들을 볼 수 있었다. 마치 병풍처럼 주위를 둘러싼 절벽 아래로 버섯 모양의 바위는 ‘Hoodoo’의 일종인데 나무가 자라지 않는 지대에 비가 내릴 때마다 사암의 연약한 부분이 물살에 쓸려 내려가면서 둥그스름하게 다듬어진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들은 사람의 키를 훌쩍 넘어 커다란 것도 있지만 아주 작은 모양의 암석도 볼 수 있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들어가 즐길 수 있는 자연이 만든 놀이동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얼마의 시간을 보내니까 고블린을 닮은 기묘한 형상의 암석으로 빼곡한 장소인데 마치 어린 시절 놀이동산을 방문했던 기분으로 사암의 차별 침식으로 형성된 바위들 사이로 걸으면서 멋진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았는데 마치 다른 행성을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점점 빠져 들어서 길을 잃을 것만 같은 깊숙한 곳에 들어오자 석양의 길게 늘어진 그림자들이 생기기 시작하고 먼 하늘을 바라보니 심상치 않은 구름과 황량한 바람 불어오는 느낌이 스산해져 서둘러 떠날 채비를 했다.
밝은 하늘이 있었던 조금까지와 다른 분위기로 고블린 바위 사이로 날아드는 검은 새 한마리가 을씨년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구리색의 기둥 너머로 태양이 지나가는 광경을 보니 고블린이 왜 특별한 장소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블린의 수많은 Hoodoos를 빙빙 돌며 가로지르는 동안 탐험가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므로 경이로운 로드트립을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머물고 싶었던 고블린을 떠날 시간이 되었는데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아름다움과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다시 느끼기 위해 언젠가 다시 찾아 별보기 좋은 명소인 고블린 밸리의 감동을 즐기고 싶게 되었다.
여행은 때때로 현실에서의 삶을 모두 잊고 현재의 순간에만 집중하게 하는 마법을 부리기 마련이므로, 자신만의 시간 속에서 만나게 된 힐링으로 말미암아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도 순간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지닐 수 있는 것, 그것은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아직은 자유로운 여행을 더 많이 즐길 수 없지만 안전하게 떠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며, 다음 여정을 기대해본다.
글 : 유니스 홍, 사진 : 브라이언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