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를 읽었습니다. 애플에서 영화로 만들고 있다는 기사로 인해서 더 유명해진 소설입니다.
일본이 조선을 합병한 1910년부터 1989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선자라는 한 여인의 삶을 그린 내용입니다.
4대에 걸친 재일교포의 삶 이야기입니다. 선자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의 굴레를 지고 살아갑니다.
이 소설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재일교포의 삶을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조센징 혹은 자이니치라는 멍에를 지고 살아갑니다. 4대에 걸친 가족 식구들은 각자 나름대로 이 굴레를 벗으려고 애를 씁니다.
공부를 통해서 일본 본토 사람들처럼 되려고 합니다. 비즈니스를 통해서 성공하면 그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삽니다. 그러나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도, 일류대학을 입학해도, 사업을 잘해서 많은 돈을 벌어도 조선인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주인공인 선자의 아들 이삭은 명문대에서 공부했습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공부를 잘해서 사람들을 잘 인도하는 지도자가 되라는 격려를 많아 받으며 성장했지만, 자신의 숨겨진 과거를 알고 난 뒤 공부를 중단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일본인 여인과 결혼하고 일본인으로 살아가지만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드러나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둘째 아들에게서 태어난 손주 솔로몬은 미국에서 유학했습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경제를 공부했습니다.
외국계 은행에 취업을 해서 일본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동경의 상류 사회로 진출할 꿈을 펼치기도 전에 직장에서 이용만 당하고 해고 통치를 받습니다.
솔로몬의 아버지 모자수는 파친코 사업을 했지만, 정직하고 가난한 직원들을 가족처럼 돌보아 주는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야쿠자라는 오해를 받고 살았습니다. 솔로몬은 미국으로 돌아가서 미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동경에 남아 아버지의 파친고 사업을 이어 받기로 결정합니다.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3세였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일본말을 자기말로 사용하는 사람이었지만, 3년마다 외국인 등록을 갱신해야 하는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숙명을 받아들이고 그 땅에서 살기로 합니다.
이국땅에서 이민자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주어진 환경을 벗어나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요. 주어진 환경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