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에 쾌청한 날씨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과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중에 한 곳인 샌디에고는 남편이 학창시절을 보냈던 곳이라 곳곳에 숨어있는 가볼만한 명소를 거의 다 다녀왔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다시 가도 새롭게 느껴지고 기분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여행지라고 하기 에는 너무나 친근한 장소인 샌디에고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해변을 같이 걷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가장 아름다운 해안 중 하나라는 샌디에고의 라호야 지역에 있는 보석 같은 해안 중에서 특히나 영롱하게 빛나는 해변, 모래가 검은색이라 이름이 블랙비치로 불리고 있고 자연주의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누드 비치로 누드로 모래밭을 활보해도 전혀 어색할 일이 없는 곳이기도 하다.
블랙비치는 전에 소개했던 Torey Pines State Natural Reserve 바로 아래에 있는 곳인데 아름다운 해안가로 가기 위해서는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통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해변 하이킹이 목적이어서 약 3마일 북쪽에 있는 Torey Pines Beach에서 걸어서 돌아 들어가기로 했다.
아름답고 고요한 해변이 반겨주었는데 해변 뒤쪽이 절벽이 있어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곱고 검은 빛에 입자들이 숨기고 있는 모래사장이 파도에 쓸려서 오르내리며 환상적인 무늬를 만들어 내곤 했다.
저 멀리 하늘에는 형형색색에 패러글라이딩이 날아다니고 가는 길이 험난하고 Torey Pines Beach에서 가는 길은 멀어서 다른 샌디에고 비치에 비해 사람도 적어 평화롭게 쉴 수 있는 곳 같았다. 약 1시간 정도 걷다보니 블랙비치에 도착했는데 이곳이 유명한 이유 중 하나가 누드비치이기 때문이었는데 세월의 흘러서 이제는 남녀 커플은 안 보이고 남남 커플들만 있는 게이 비치로 바뀌어 있었다.
곳곳에 보이는 실루엣들, 전혀 아무런 색깔도 추가돼 있지 않은 사람들의 실루엣들이 해안선을 따라 여유 있게 거닐고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어색한 남남 누드 커플들이어서 눈을 둘 곳을 못 찾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법 익숙해 졌는데 눈앞에 펼쳐진 파란 하늘과 바다를 감상하며 조금 차갑지만 이내 기분이 좋았던 바닷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다시 걸으니까 기분이 좋았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따스한 햇살에 기운을 받으며 꽤 오랜 시간 해변 산책을 하니까 유산소 운동을 한 것 같았고 이름 모르는 새들이 모래 위를 총총히 걷기도 하고 물결치는 바다위로 날아오르기도 하는 풍경을 바라보니까 스트레스도 사라져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저편에 라호야 다운타운이 보이고 스크립 연구소 피어 근처까지 걸으니까 한나절이 다 지나는 것 같았다.
해가 지기 전에 다시 되돌아가서 샌디에고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라호야 거리를 친구와 저녁 식사 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거리를 걸어 다녔다.
라호야는 오랫동안 파도에 의해 침식된 바닷가의 절벽인 라호야 협곡이 아름다운데 노을 지는 바닷가는 예전에 느꼈던 아름다운 풍경 그대로였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노을 가득한 해변가 푸른 바다는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바람을 맞으며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모든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렌지 빛깔로 퍼져 나가는 바닷물이 내 마음을 두드리면 가슴이 활짝 열리며 천혜의 라호야 바다와 교감하는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게 되었다.
꿈 그리고 희망을 품고 있는 듯한 라호야의 노을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다음날은 최근 쇼셜 미디어 등 각종 사진 공유 사이트에서 ‘감자 칩 바위(Potato Chip Rock)’라는 제목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이른 아침에 출발해 산에 오르기로 했다.
감자 칩 바위는 샌디에고 근교인 Mount Woodson에 있고 말 그대로 포테이토칩을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진짜 이렇게 생겼는지 궁금증이 생겨 빨리 오르고 싶었다. 하지만 가는 길에 포테이토 칩 락에 들어서는 입구를 찾는데 쉽지 않았다.
구글맵에 표시된 곳으로 들어서니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고 대략 지점을 추측해 가보았는데 막힌 곳이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도로를 나와 되돌아가니까 ‘Potato Chip Rock’이라고 대충 쓰여진 낡은 표지판이 보였다. 그리고 주차장은 따로 보이지 않았고 도로에 몇 몇 차들이 서 있었다.
Potato Chip Rock 가는 길은 그렇게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는데 말이 명소이지 푯말도 제대로 없는 평범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정상에 오를 때까지 가파른 산을 계속 올라가야할 것 같았다. 가는 길은 비교적 잘 정돈된 도로였는데 커다란 바위들만 보이는 정상을 알 수 없는 산행을 고생이 있더라도 한 번쯤 꼭 가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면서 쉼 없이 오르고 올랐다.
한참을 오르는데 정상 부근에서 돌아온 길을 되돌아보니까 꽤 괜찮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산꼭대기는 커다란 전신주와 안테나가 보였고 통신사 차량이 내려오고 있었다.
아직 목적지를 도착하지 않은듯 싶어 주변을 돌아보며 내려오는데 감자 칩 바위 비슷한 바위는 안 보이고 커다랗고 둥근 바위만 보였다. 그런데 저편에 사람들이 보이고 사진을 열심히 찍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을 바라보니 생각지도 않게 갑자기 감자 칩 모양에 바위가 있었고 그 위에서 멋진 포즈로 서있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포테이토 칩 락은 올라갈 때 아찔함이 느껴질 정도로 정말 감자칩 처럼 바위가 얇았는데 유난히 얇게 돌출돼 있어 금세 무너질 듯 보여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올라가면 튼튼하고 안전한 바위였는데 감자칩 바위란 이름만 듣고도 감이 안 왔는데, 막상 가보니, 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곳에서 앉아 보고, 서 보고하니까 바위가 신기했다.
사람들은 좋은 사진 각을 위해, 서로 다른 일행들이 번갈아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는데 이 포테이토 칩 락을 보기 위한 여정이 너무 힘들었지만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
잊지 못할 하이킹~ 고된 산행이 있었지만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 괜찮은 산행이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올라갈 때는 오르막길이 많지만 내려갈 때는 내리막길이 많으므로 올라갈 때 고생을 몰아하고 내려갈 땐 편하게 내려올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이상하게 생긴 바위하나가 사람을 모으는 명소가 된 이유를 알 수 있었고 한국에 있는 흔들 바위처럼 샌디에고에서 유명한 하이킹 트레일이라 한번쯤은 산행을 좋아 하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