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나이가 많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몸이 달라지는 걸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운동 덕분에 요즘은 젊어 보인다는 주변 사람 말에 기분이 좋아지곤 하지만 그래도 나이는 못 속이는 것 같다. 젊어 보이려고 애쓰는 내 자신이 많이 우습기도하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모자까지 쓰고 거울을 보니까 마음이 젊어진 것 같았다.
골프를 치지는 않지만 골프를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골프장에 몇 번 따라갔던 기억이 있는데 골프는 아직 엄두가 나지 않는 운동이다. 골프장에 따라다니면서 느꼈는데 필드에서 공 한번 치고 슬슬 걸어가는 이런 운동이 무슨 운동이 될까 생각했는데 골프를 치는 남편을 보니 한 샷을 위해 무수히 많은 시간을 연습에 쏟아야 하고 필드에 나가면 걷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골프가 끝나고 뒤풀이 식사까지 하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 함께 골프를 치면서 뒤풀이 때 필드에서의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가 끊이질 않게 되는 것이다.
골프에서 같은 조의 라운딩 파트너를 ‘동반자’라고 할 정도로 그야말로 하루 동안 같은 길에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나아가는 친구가 되는 셈이다. 서먹서먹하던 사이도 전반을 돌고 나면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운동이 골프이다. 남편을 따라 골프장 다니면서 골프에 대한 친근한 경험으로 나도 머지않아 시간만 주어지면 골프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든다. 더욱이 골프대회를 다녀 온 후 더욱 그렇다. TV에서만 보았던 골프대회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호기심이 겹쳐져서 팜스프링스 남쪽에 위치한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컨츄리 클럽으로 향하는 기분이 더욱 좋았다. 아직 여름철이 아닌데 팜스프링스는 오전인데도 햇살이 따갑게 느껴졌다.
ANA Inspiration LPGA 골프대회(구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는 다섯 개의 여자 프로 골프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이다. LPGA 투어 경기로서 이곳 미션 힐스 컨트리 클럽에서 개최되는데 이 대회는 1972년 미국의 유명한 연예인인 다이나 쇼어가 창설하였으며, 1983년 메이저 대회로 승격되었다고 한다. 창설 이후 매년 랜초 미라지에 위치한 미션 힐스 컨트리 클럽에서 첫 번째로 열리는 메이저 대회로서 현재 스폰서는 일본항공사 ANA이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골프장 클럽하우스 인근을 돌아보았는데 일본항공을 홍보하는 홍보관에서 음료수와 부채 등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다. 골프대회를 함께 구경하기 위해 온 친구들과 골프장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저편에서 함성이 들리고 골프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지나갔다. 이번 골프대회는 총상금 300만 달러로 우승자가 Poppie’s Pond로 불리는 호수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로 유명하다. 작년도 세계 랭킹 1위였던 박성현 선수는 올해 목표를 메이저 포함 5승으로 내걸면서 특히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ANA Inspiration 을 꼽았다고 하는데 이번 대회 상위권에 이름이 없는걸 보니 자식농사와 골프는 마음대로 안 된다는 농담이 떠올랐다. 역시 여자 골프대회에는 한국선수들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지나갈 때마다 갤러리들이 환호를 했고, TV로만 보았던 유명한 한국여자 골퍼들의 모습을 직접 보면서 함께 찬사를 보냈다.
골프대회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골프장에는 취재진과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골프를 칠 때마다 골퍼와 관중들이 숨죽이고 마음을 졸이며 함께 동화되어 한순간 한순간을 지켜보았는데, 우승을 향한 골퍼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쏟았다. 대회가 끝난 후, 한 어린 골프선수는 공이 뜻대로 나가지 않자 몰래 울며 다음 홀로 지나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녹색 필드에서 멋진 폼으로 날리는 포즈가 화려해보이지만 많은 땀과 눈물이 농축된 포즈로 보였다.
18홀을 거의 다 돌면서 다리 힘이 조금 풀리기 시작했다. 골프장을 도는 동안 잠시 호숫가 풍경이 잔잔한 잔디에 앉아 쉬어가기도 했는데 결과가 궁금해 다시 마지막 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골프를 즐기면서 걷는 운동량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1988년부터 전통적으로 18번홀 그린 옆에 있는 연못에 뛰어드는 것으로 자신의 우승을 축하했는데, 드디어 우승자가 연못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기위해 클럽하우스 옆 연못이 보이는 관중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번 대회에서 고진영 선수가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Inspiration에서 우승했다.
고진영 선수는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3개로 2타를 줄이면서 합계 10언더파로 우승했는데 우승 상금은 45만 달러라고 한다. 고진영 선수가 트로피를 안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후 이번 대회에서의 관례대로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연못으로 뛰어들고 흠뻑 젖은 모습이 너무나 시원해 보였다. 연못으로 뛰어 드는 모습을 순간 포착해서 사진에 담게 되서 너무나 기분 좋았다.
골프 대회가 끝날 무렵이 되니까 해질 무렵이 되었다. 사막위에 오아시스 같은 미션 힐스 골프장을 벗어나 친구들과 뒤풀이를 위해 미리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구글맵으로 찾아 가는데 식당이 있을만한 건물도 보이지 않고 간판도 없고 어딘지 모르는 장소에 도착했는데 파킹장에 직원들이 발렛파킹을 해주고 건물 안으로 안으로 안내했다. 커다란 오렌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까 멋진 로비가 보이고 식당안쪽으로 우리일행을 안내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간판도 없고 주소도 안 보이는 그 건물은 팜스프링스에서 유명 호텔 중에 한 곳이라고 한다. 전에 팜스링스 인근에서 있었던 아트 전시회는 주소도 없이 경도/위도로 10곳 넘는 지역에 펼쳐졌었는데 요새 트렌드가 주소, 간판이 없이 찾아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테리어가 특이하고 음식도 괜찮은 식당에서 친구들과 골프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같이 가지 못한 친구가 골프장에 모인 군중들 사이에서 TV에 찍힌 우리들 모습을 카톡으로 보내왔는데 식당에 모인 우리는 함박웃음으로 사진 찍어 카톡으로 대답해주었다.
글 : 유니스홍, 사진 : 브라이언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