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콕’하기 아쉬울 정도로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계절이 되었다. 하지만 COVID-19의 장기화로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하는 ‘with 코로나’ 시대에 예약했던 여행을 델타변이라는 변수로 모두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한동안 멀리 떠나지 못해 못내 아쉬워했는데 캠핑여행을 대체재로 생각하고 준비를 했다. 거라지에서 먼지가 쌓인 채 있는 캠핑 장비를 꺼내서 여행준비를 하는데 예전에 다녀왔던 캠핑여행이 추억으로 떠올랐다. 등산화에 묻어있는 그랜드캐년 노스림의 붉은 모래흙이 그대로 있는데 마지막으로 다녀왔던 캠핑 여행지가 먼 기억으로 가물거렸다. 캠핑 여행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어 가족 여행으로도 좋은데 ‘집콕’ 생활을 벗어나 자연을 즐기고 힐링하며 가족과 돈독한 유대감을 쌓고 코로나를 잠시나마 잊고 가족과 오붓한 휴식을 즐길 수 있어 좋다. 하지만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우려도 생기기 시작해서 어디로 나가긴 부담스러운 시국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비대면 여행인 캠핑이나 ‘차박(차에서 숙박)’ 등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데 특히 코로나 시대에 캠핑은 ‘집 콕’ 생활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안전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 또는 나 홀로 비교적 한적한 인근 캠핑장으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선호된다고 한다.
뜨거운 햇살이 아직은 한여름을 느끼게 하지만 그래도 아침, 저녁에 주는 선선한 느낌이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았다. 이번에 가는 곳은 유타 주의 Kodachrome Basin State Park 이다. 유타 주에서 경치가 아름다워서 National Scenic Byway로 지정된 12번 도로를 만나게 된다. 가는 동안 수많은 관광명소를 만나게 되고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숨은 명소가 많이 자리 잡고 있다. 레드캐년과 브라이스 캐년을 지나 Cannonville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코닥크롬 주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을 만나게 되는데 레드 캐년과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은 전에 다녀갔던 곳이라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유타 12번 도로에서 목적지를 향해 가니 예전에 가보았던 브라이스 캐년의 느낌이 풍기는 경치를 구경하며 갔는데 길을 따라 펼쳐진 풍경은 전에 즐겼던 낮 익은 밝은 붉은색과 흰색 바위로 둘러싸인 녹색 숲이 보였다. 마을을 반으로 가르는 Cannonville의 Main Street를 따라 가고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Kodachrome Road가 나타났고 다리를 건너 4마일 정도 더 가니까 왼쪽에 Kodachrome State Park Road가 있었다. 방문자 센터로 바로 연결되는 곳에서 소정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미리 예약한 캠프 사이트를 찾아 갔다. 캠핑장에는 텐트가 곳곳에 보였는데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아직 비어있는 공간도 많이 보였다. 얼마 가지 않아 우리가 머무를 캠프 사이트를 찾았는데 커다란 나무 그늘에 텐트를 치고 캠핑 장비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지 않았다. 텐트를 치고 나니까 막상 할일이 없어 다시 차를 타고 캠핑장 주변을 돌아보았다. 곳곳에 텐트는 보였는데 모두들 어디를 갔는지 캠핑장에는 사람들을 잘 볼 수 없었다. 인근에 세탁장이 보여 들어갔는데 여러 대의 세탁기와 세면대 등 시설이 아주 잘 되어 있었다. 샤워를 할 수 있는 곳도 과장 안하고 호텔급 현대적 시설이 되어 있어서 좋았는데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더욱 좋았다. 고요하고 한적한 캠핌장에서 길을 따라 걸어 보았다. 고요함이 주는 평온이 긴 장거리 여행의 피로를 줄여주는 것 같았다. 다시 텐트로 돌아와 저녁 준비를 했는데 신선한 공기 아래에서 간단히 먹는 라면 냄새가 구수하게 풍겨 나왔다. 캠핑 첫 날은 깊은 잠이 들지 않는다. 쿠션이 들어간 매트를 깔아 보았지만 땅바닥에서 자는 느낌은 그대로였다. 텐트 안 좁은 공간에서 적응하며 잠깐 잠에 들었는데 남편이 밖으로 나가서 한참동안 안 들어왔다. 걱정이 되서 밖에 나가 보니까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졸린 눈으로 밤하늘을 펴다 보니까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 했는데 깜깜한 밤하늘의 별이 우리에게 쏟아져 내리는 것 같았다. 여행할 때 마다 별보는 것을 즐기는 우리는 코닥크롬에서의 별구경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마침 달이 없는 시기라서 더욱 짙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너무 아름다웠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사진에 표현되지 못해 아쉬웠지만 별을 볼 수 있는 지금의 시간이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별 구경 때문에 잠을 설치긴 했지만 아침이 되니까 왠지 피로가 풀린듯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았다. 안개 낀 붉은 산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끓여 마시고 싶었는데 어디에 넣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하이킹 준비를 하고 마을 인근에 가 보았다. 한적한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작은 마을에는 작은 마켓에 아침과 커피를 판매하고 있었다. 손님이 많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순박해 보였고 친절했는데 정성껏 만든듯한 아침 메뉴가 생각보다 맛있었다. 나오는 길에 마켓에서 옥수수, 과일 등 먹거리 한 보따리를 사는데 7불이라고 해서 순간적으로 너무 싸서 잘못 들었나 했다. 이 정도는 LA에서는 적어도 20불은 내야 하는데 미국 시골의 물가는 참 싸다는 것을 느꼈다. 커피를 마시면서 Kodachrome Basin에서의 하이킹 트레일 코스를 정하고 날씨와 정보를 점검했다. 트레일 헤드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일부 도로는 비포장도로이지만 갈만했다. 코닥크롬 주립공원 트레일은 브라이스 캐년과 가깝기 때문에 다채로운 공원에서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우뚝 솟은 봉우리, 첨탑처럼 우뚝 솟은 굴뚝모양의 봉우리, 넓은 여러 가지 빛깔의 암석언덕(붉은색에서 누런색, 흰색) 위로 우뚝 솟은 궁전처럼 펼쳐진 사암, 푸른 하늘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다양한 기이한 모양의 바위를 볼 수 있다. 바위들은 1억8천만 년의 지질시간을 나타내는 다양한 색상의 사암층을 나타내는데 이곳에서 발견된 색상과 아름다움으로 1948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탐험대가 인기 있는 컬러 필름의 이름을 따서 이 지역을 Kodachrome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코닥크롬 주립공원 하이킹이 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트레일인 Angel’s Palace Trail은 약 1.5 마일거리인데 쉬운 하이킹 코스이다. 트레일에서 이 지역의 전형적인 붉은 두건을 쓴듯한 봉우리를 볼 수 있으며 산 너머로 아름다운 전망도 있다. 인적이 드물어 길을 잃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화살표로 만든 사인을 보면서 다니니까 어려움이 없었다. 마치 담담히 수채화를 그리듯 펼쳐진 흰 구름이 보이는 산 너머 전망을 보며 고요함을 즐기고 있었는데 젊은 하이커 일행이 다가와서 잠시 머물다 돌아 나왔다. 트레일을 벗어나 공원의 서쪽으로 가보았는데 약간 더 까다롭지만 길을 따라 특이한 지질학적 특징으로 가득 찬 파노라마 트레일에 가보았는데 3마일 정도 다녀와 보니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코닥크롬 공원은 주변에 길거나 짧은 트레일 코스가 더 있는데 내추럴한 아치가 있는 곳도 있고 그로스베너 아치라는 곳이 있는데 비포장도로인 커튼우드 캐년 로드를 따라 동쪽으로 약 10마일 정도 가야한다.
몇 곳에서 하이킹을 즐기고 해질 무렵 다시 캠프사이트에 도착했는데 저편에 가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재미있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다음날에는 브라이스 캐년과 붙어 있긴 하지만 브라이스 캐년을 입장료 없이 볼 수 있는 Mossy Cave라는 곳을 만나게 되는데 비교적 길지 않은 거리를 걸어서 브라이스 캐년의 바위 모양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주차장에 차가 많은 편이라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고 조금 걸어보니까 저편에 다리도 보이고 계곡에서 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가뭄이라 그런지 흐르는 양이 많지 않았다. 맑은 물에서 노는 아이들도 보이고 계곡을 따라 오르니까 주변 경치를 감상 하면서 사진도 찍고 가족끼리 소풍 나온듯한 분위가 평화롭게 보였다. 모시 케이브를 벗어나 다시 코닥크롬 캠프 사이트로 가는데 하늘과 맞닿은 언덕 너머로 방생하는 소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저 멀리 경치를 바라보았다. 코닥크롬에서는 유타의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바위 모양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치 몽둥이처럼 생긴 우뚝 솟은 모양이 하얗게 보이기도하고, 또 어떤 것은 붉은 기운이 도는 브라이스 캐년과 불과 30분 거리인데도 너무나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어 신기하게 느껴졌다. 고지대라서 그런지 머물던 흰 구름이 가라지고 회색빛 구름으로 햇살을 가리고 바람이 조금 세게 불기 시작했다. 거센 바람에 떠밀린 구름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매일 보는 구름은 볼 때마다 다른 빛깔과 모양으로 변한다. 캠프사이트에서 간간히 햇살이 비춰주어서 예쁘고 아름답게만 보였던 구름 낀 회색 노을을 바라보며 준비해간 스테이크를 무쇠 팬에 구워 와인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즐겼다. 오늘은 구름 낀 하늘로 별을 볼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세상의 많은 일들을 뒤로 하고 아무생각 안하고 즐기는 그 시간이 너무 감사했다.
글 : 유니스 홍, 사진: 브라이언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