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 주 모압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애리조나 주의 모뉴먼트 밸리로 향했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시절에 두 번 방문했던 모뉴먼트 밸리는 이번 방문이 세 번째이다.
모뉴먼트 밸리는 갈 때 마다 깊은 감동을 안겨 주었는데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한 장면을 떠올리니 다시 그 감동을 더 깊게 느낄 것 같았다.
모뉴먼트 밸리까지 넘어가는 길은 끝없이 느껴지는 2차선의 연속이었지만, 멀리 보이는 모뉴먼트밸리의 풍경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은 드라이브 코스였다.
창문까지 열고 달리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찬 모래바람 때문에 열지 못하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멋져서 계속 바라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풍경이 그래도 좋았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며 길을 달리니 답답했던 마음이 확 풀렸다.
여행을 아직 다 마치지 않았는데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붉은 바위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솟아오른 산 몇 개를 더 지나서 모뉴먼트 밸리 가는 길 어딘가에 차를 멈춰 세웠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여러 방향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빴는데 카메라 화면에 들어온 장면이 바로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마지막 장면이 나왔던 그곳인 것 같았다.
도로에 차가 없는 걸 확인하고 맨발로 뛰어나가 길 한가운데 모뉴먼트 밸리 방향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남겼다. 그리고 다시 나바호족 영역인 모뉴먼트 밸리로 하면서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대지에 솟아오른 자연이 만든 거대한 조형물들을 감상하며 최종 목적지를 향했다.
모뉴먼트 밸리 입구에 도착했는데 코로나 시대 이전 보다 너무나 적막하고 한적했다.
입구부터 방 예약한 사람들만 아주 제한적으로 들여보냈는데 모뉴먼트 밸리 안에 숙소를 미리 예약했기 때문에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모뉴먼트 밸리의 상징인 West Mitten Butte, East Mitten Butte, Merrick Butte 이 세 개의 바위산은 모뉴먼트 밸리로 검색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바위산들로, 여기서 가장 유명한 3개의 바위산들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워낙 많은 사진들을 찍어서 그런지 모뉴먼트 밸리의 대부분의 사진들이 이 바위산들이었다.
모뉴먼트 밸리의 멋진 풍경은 예전 그대로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전에 보였던 같은 장소에서 멀리 보이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는데 안에 들어가서 보이는 풍경이 훨씬 멋있을 것 같았고 기대가 되었다.
숙소 안내센터에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리기 전에 먼저 모뉴먼트 밸리 아래쪽에 투어하기로 했는데 입구에서 투어안내지도를 받고 차는 서서히 열린 하늘과 사방으로 펼쳐진 비현실적인 것 같은 풍경 속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Butte와 Mesa을 돌아보는 오프로드 길을 달렸다.
메마른 벌판에 우뚝 솟은 덩치가 큰 바위산은 봉우리 형태가 뽀쪽하면 Butte, 반대로 넓고 평탄하면 Mesa라고 부른다.
모뉴먼트 밸리는 나바호 언어로‘거대한 바위의 계곡’이란 뜻을 가진 인디언의 성지로 공원을 둘러보면 영화 ‘역마차’, ‘황야의 결투’, ‘미션 임파서블 2’ 등 많은 영화가 촬영됐던 장소이다.
많은 서부 영화에서 본 듯한 실제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있었는데 신비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지도에 뷰포인트마다 이름이 적혀 있었고 비교적 찾기가 어렵지 않았는데, 광활한 사막에 솟아있는 바위를 찾아다녔는데 거의 정비되지 않은 오프로드였고 달리는 기분이 마치 영화 촬영하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영화에 나왔던 배경을 찍을 수 있는 스팟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서부영화처럼 말을 타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다.
서부영화 감독 ‘존 포드’의 영화 ‘황야의 결투’, ‘역마차’ 등 배경으로 제작된 장소에 붙은 ‘존 포드 포인트’라는 명칭은 모뉴먼트 밸리를 미국과 전 세계에 알린 그의 이름으로 된 것이고 존 포드 포인트는 짧게 강렬하게 모뉴먼트 밸리를 둘러보기에 가장 좋은 지점에 있었다.
주변에 The Thumb과 Camel Butte 등을 쉽게 볼 수 있고 반대편에 모뉴먼트 밸리의 또 다른 볼거리인 Three Sisters 첨탑도 볼 수 있었다.
세 자매 첨탑이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입구에 마구간과 인디언들의 수공예품을 파는 상점도 들러 구경했다.
존 포드 포인트의 멋진 전경을 바라보고 코끼리 뷰트를 찾다가 조금 헤매기도 했다. 가끔 길을 잘못 들어 막혀버린 도로에서 후진으로 돌아 나온 경우도 있었는데 그래도 재미있었다. 또 다른 곳에 들러보았는데 나바호 인디언들이 신의 땅이라 설명해 놓은 곳에 작은 돌탑들이 보였다.
지도에 있는 Totem Pole이라는 곳도 바라보고 넓고 광활한 사막을 이리 저리 다니며 여러 가지 첨탑을 배경으로 자연이 만든 신비한 광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멋진 풍경을 이리저리 다니면서 좋은 앵글로 카메라에 담아내려 애썼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고요함을 느끼며 바람소리를 들었다. 짧은 순간의 느끼는 감정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였는지 모르겠다.
힘겹게 살아왔던 한해가 다 지나가고 돌아오는 한해는 모뉴먼트 밸리에서 잠시 누렸던 시간처럼 평강의 시간으로 흐르길 기도했다.
별다른 말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평화롭고 적막한 모뉴먼트 밸리에 해가 지기 시작했다. 해가 반대편으로 지면서 모뉴먼트 밸리의 바위들이 조금 더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투어를 마치고 숙소가 있는 곳에서 체크인을 하고 차에서 내려 사막의 모래를 밟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사막의 벌판을 걸어 보았다.
흐린 날씨였지만 간간히 햇빛을 받은 절벽은 저녁노을로 붉게 물들어갔다.
바람이 캐년 사이 협곡을 따라 유유히 흘렀고 구름이 뒤따랐다.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해 모뉴먼트 밸리 계곡 아래를 해가 지기 전에 모두 보아야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황홀한 풍경에 도취되어 긴 시간을 즐길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사막의 깊은 어둠이 지면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모뉴먼트 밸리는 캠핑장도 있지만 입장객을 제한하려했는지 오픈하지 않아 캐빈을 예약했다.
자기만의 여행을 디자인 할 수 있는 모뉴먼트 밸리를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캐빈에서의 하루가 너무나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지기 시작했다.
사막의 밤공기는 빠르게 식어갔고 별을 기대하며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아쉽게도 구름과 별이 뒤섞여 보여 쏟아지는 별밤을 즐길 수 없었다.
전날 많이 피곤했는데도 왠지 이른 새벽에 눈이 뜨였다.
창문 틈새로 빛이 들어온 탓일지 모르겠는데 빨리 밖을 보고 싶어 커다란 통유리창문을 열었다.
어느덧 모뉴먼트 밸리 저 너머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빛깔의 선홍색 태양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름이 가려 완전한 태양을 볼 수 없었지만 대지에 은은하게 깔린 안개와 함께 분위기의 오묘함을 더해 모뉴먼트 밸리의 환상적인 풍경을 극대화한듯했다.
테라스에 나와 새해에 감동을 해돋이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다. 붉게 빛나는 모뉴먼트 밸리의 바위가 서있는 풍경이 새해 첫 일출을 맞이하면 자연이 주는 멋진 경관에 넋을 읽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기회만 주워진다면 아무 때나 찾아와 그냥 감상만 해도 그 장엄함에 감동을 받는 곳인 것 같았다.
호텔보다는 좀 더 프라이빗한 공간과 좀 더 가까이 보이는 캐빈의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일출을 감상할 수 있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푸르디푸른 하늘에서부터 붉은빛의 모뉴먼트 밸리까지 멋진 그라데이션이 보였던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멋진 황량한 들판에서 들뜬 마음으로 먼지 속을 달렸던 추억이 행복을 소환했다. 그리고 말로는 표현 안 되는 가슴 뭉클함을 갖고 황야의 주인공이 되어 저녁노을의 여운을 안고 돌아왔다.
모뉴먼트 밸리는 다시 찾아와도 늘 그 자리에서 고요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다.
글: 유니스홍, 사진: 브라이언홍 valley_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