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꿈꾸며 떠나기 보다는 미국 남부에 거주하는 친지 덕에 그리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미국 테네시 주 멤피스에서 내슈빌로 향하는 로드 트립은 조금 지루할 줄 알았는데 미국 서부와는 규모가 다른 수백 개의 천둥번개와 강풍 그리고 세찬 빗줄기가 번갈아 오가고 토네이도를 만날까봐 노심초사하며 긴장감 있는 드라이브를 하게 되었다. 내슈빌에 가까올 무렵 먹구름이 아름다운 노을로 변하기 시작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내슈빌 도심에 식당을 찾았다. 온라인에서 검색하니까 ‘Peg Leg Porker BBQ’가 유난히 리뷰가 많아 무작정 찾아 나섰는데 그곳은 바베큐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었는데 사람이 붐비고 주문 받는 곳에서 긴 줄로 서있는 모습을 보고 다른 식당으로 갈까하다가 벽에 장식된 오래된 사진과 상패들이 흥미롭게 보여 시간은 걸릴 것 같지만 줄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곳은 가족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겸 캐더링 전문식당으로 내슈빌에서 유명한 식당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줄이 길어서 하염없이 기다릴 것 같았는데 드디어 차례가 되어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음식모양이 조금 투박해 보였지만 다른 곳에서 맛보던 맛과 다르게 ‘Pork Rib’ 과 ‘Pulled Pork Sandwich’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었고 기대보다 아주 좋았다.
내슈빌에서 유명한 ‘잭 다니엘 테네시 위스키’를 함께 곁들여 먹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시켜보았다. 주말에 일을 마치고 커다랗게 웃고 떠들며 바베큐를 즐기는 내슈빌 사람들 속에 있으니까 테네시에 흠뻑 취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요즘 각광을 받기 시작한 내슈빌은 미국에서 ‘최고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도시’ 중 하나이면서 ‘미국에서 가장 다정한 도시’로 선정된 곳으로 전율 가득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 문화, 수상 경력의 요리, 세계적인 수준의 예술, 다양한 명소, 색다른 쇼핑, 대학 스포츠와 프로 스포츠 등 즐길 거리가 많다고 각종 레저 잡지에 소개되었다. 숙소로 향하면서 차창밖에 보이는 도시의 느낌은 쾌적하고 안전했으며
도시의 밤거리도 좋았다.
다음날 아침 특별한 계획 없이 즐길 거리를 찾아 나섰지만 음악의 도시로 알려져 있는 내슈빌의 아침 풍경은 조용했다. 어디를 가야할지 막연했는데 저편에 다리가 보이고 모든 사람들이 그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특별히 볼거리가 있는 것 같아서 무작정 따라가 보니까 나스카 그랑프리 자동차 레이싱 대회 행사가 있었다. 카 레이싱은 TV에서 지나가듯 보긴 했지만 호기심이 나서 다리를 건너 대회장으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며 보이는 강줄기 풍경이 도심 빌딩과 조화롭게 펼쳐져 보였다. 카 레이싱 경기장은 NFL팀인 테네시 타이탄스 홈구장이 보이는 곳에서 진행되었는데 거대한 스타디움이 아니고 TV에서 본 롱비치 그랑프리 대회처럼 도심지 길을 막고 진행되는 자동차 레이싱 경기였다. 행사장 가까이에 다가갈수록 레이싱 차에서 시끄러운 굉음이 들려왔다. 많은 인파 속에서 난생 처음 실제로 보는 카 레이싱 경기는 생각보다 열기가 대단했고 소음으로 정신이 없었다. 형형색색 화려한 레이싱 카들을 그곳에서 가까이 구경하니까 마음만은 레이서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경기방식을 알고 보면 더 재밌게 느껴질 것 같았고 더구나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응원하는 팀이나 선수가 있으면 더욱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즉흥적으로 구경했지만 현장에서 선수들의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그렇게 자동차에서 나오는 폭발하는 듯한 소음을 들으니 온갖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았다. 우연히 참관했던 카 레이싱 대회는 행사가 끝나기 전에 그곳에서 벗어나 다시 도심의 거리를 거닐었다.
내슈빌은 ‘컨트리 음악의 도시’, ‘미국 남부의 아테네’로 불린다고 했는데 한때 미국의 많은 음반이 이곳에서 만들어졌으며 실제로 음악축제나 라이브 공연에 참여하고자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브로드웨이에는 Bar들이 쭉 들어서 있고, 주말이라 그런지 거의 전부 모든 bar에서 라이브 뮤직공연을 하고 있었다. Nashville에는 컨트리 음악이 특히 유명한데 그곳에서 들려오는 Live Music은 컨트리 말고도 하드록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연주하고 있었고, 1층부터 5층의 루프 탑까지 자리가 없는 키드록 카페도 들어가 보고 오래전 영화로 보았던 쟈니 캐쉬 기념품 가게에 들러 소품들을 구경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키드 록, 테일러 스위프트, 윌리 넬슨,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등이 내슈빌에서 노래를 불렸다고 한다. 가장 번화한 브로드웨이는 음악 관련 서점과 레코드 상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며, 중고에서부터 신제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기타와 컨트리 관련 용품을 팔고 있었다. 도시의 어둠이 짙을수록 네온사인이 하나둘 화려한 불빛을 비추며 브로드웨이는 더욱 번화해졌다. 그리고 미국 남부 시대를 연상케 하는 특색 있는 간판들이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었고 웨스턴풍의 옷과 모자, 부츠 등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거리를 오가 마치 서부 개척시대로 돌아간 듯 했다. 거리 곳곳에 손님들이 페달을 밟아 움직이는 마차와 투어차량이 지나갈 때 마다 사람들은 환호를 보내고 각종 음악소리가 뒤섞여 정신이 없었다.
소음을 피해 조용히 음악을 들으면서 쉬고 싶었는데, 모든 Bar들에 하나같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자리가 없었고,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옆에 모르는 사람인데도 서로 이야기를 걸면서 친구가 되어 흠뻑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컨트리 음악의 도시’ 또는 ‘뮤직시티 USA’라고 불리는 곳으로 음악을 빼놓고는 내슈빌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케 해주었는데, 그렇게 음악이 없었다면 내슈빌의 눈부신 성장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고 실제로 매년 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간다니 음악 덕을 많이 보는 것 같았다.
다음날, 일정 때문에 모두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는데 오래된 공장 건물인 것 같았지만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는 분위기가 있는 붉은 벽돌로 된 건물에 잠시 멈추었다.
최근에 위스키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유명한 Jack Daniel’s Distillery를 찾았는데 tour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건물밖에 많은 차들이 서 있었다.
Tour 프로그램에서는 증류소 역사, 양조과정, 증류과정 등을 설명해주고 보여준다고 했는데 사진촬영이 금지된 곳이 많아 투어는 하지 않고 주변만 돌아보고 나왔다. 밖에서 사진을 찍다가 마주한 오래된 주유소가 앤틱 조형물처럼 보였고 주변 분위기가 오래된 낡은 사진 속 장면 같아 보였다.
이번 여행도 새로운 곳에서의 문화와 경험은 나를 더 풍부하게 만들었고, 더 넓은 세계로 안내해 주었다. 삶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다음 여정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