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낙엽을 담은 호수에서 호수로의 여행
Sabrina Lake, North Lake 그리고 Convict Lake, 2012
전에 가을낙엽을 찾아 가 본적이 있었는데 시기를 잘 맞추지 못해 가을낙엽을 사진에 많이 담지 못해 아쉬웠었는데 올 가을에도 낙엽이 바람에 모두 떨어지기 전에 가을 낙엽을 사진에 담기위해 비숍으로 떠났다.
밸리에서 5번, 14번을 타고 북쪽으로 약 150마일을 가다 보면 14번이 395번으로 바뀌는 지점이 나오는데 395 하이웨이를 타고 비숍 근교에서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타고 올라갔다. 멀리보이는 풍경은 어느덧 겨울이 다가온 듯 새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인데, 흰 눈 쌓인 풍경으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흰 눈 사이에 햇빛을 받아서 금빛처럼 반짝이는 Golden Aspen 노란단풍이 가을이별을 미리 알리는 듯했다.
사시나무 떨듯 떤다는 말처럼, 애스펀(Aspen)종류의 나무를 ‘사시나무’라고 부르는데, 영어로 애스펀을 Quaking Aspen, 혹은 Trembling Aspe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애스펀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나뭇잎이 심하게 흔들리는데 그 이유는 잎 꼭지가 평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을 단풍과 흰 눈이 섞인 풍경을 감상하면서 가는 길이 눈을 즐겁게 하지만 군데군데 눈이 쌓여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가는 앞서가는 차들이 왠지 불안해 보였다.
물줄기가 흐르는 강가 주변에 송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가을 단풍을 만끽하면서 낚시 줄을 드리운다면 이보다 행복할 수는 없을 듯 해 보였다.
산을 누비며 숲속에 파 묻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 동안 햇살이 머리 위에 따스하게 반짝였다. 차가 미끄러질 듯 어렵사리 정상에 다가 섰을 때, 흰 눈과 단풍의 반영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는 고요한 Lake Sabrina가 보였다.
세상의 오염은 사라지고 흰 색의 바탕에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찬란한 단풍 색깔 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는 그 순간만큼은 감격 그 자체였다.
눈을 밟아보고, 사진을 찍고 맑은 공기를 들여 마시고 바라본 가을 하늘이 눈과 함께 섞인 가을 단풍과 조화를 이뤄 더욱 눈부셨다.
해발 9,128ft의 높이에 위치해 있는 높은 Lake Sabrina를 맘껏 구경하고 North Lake로 향했다. North Lake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오른쪽에는 낭떠러지가 있어 발아래가 아찔해 보였다. 낭떠러지 지역을 지나서 가고 있는데 앞차의 헛바퀴가 돌면서 눈에 미끄러져 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 그 바람에 뒤 따라온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게 되었다. 모두들 스노우 체인을 하지 않아 더 이상 갈수 없게 되자 차들을 세워두고 밖으로 나왔다.
오전이라 산에 그늘이 깊고 바람도 아직 차고 눈도 녹지 않았다.
사람들은 차를 세워두고 차에 내려 사진을 찍거나 눈과 단풍이 섞인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후 눈도 녹기 시작하여 다시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둘러 다시 차에 올라 계곡의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든 설경을 구경했다.
다행이 내려오는 길은 눈이 녹아 비교적 미끄럽지 않았다.
단풍이 가득 쌓인 숲길을 꼬불꼬불 가로 질러 내려오는 좁은 비포장 도로 양쪽으로 Aspen이 터널을 이루
고 있다.
Bishop은 각종 레저로 유명한 곳인데 특히 가을단풍이 아름다워서 수많은 사람들이 Bishop주변의 단풍을 즐기거나 송어 낚시를 하기위해 찾아오는 곳이다. 또한 Bishop에서 168번 도로를 타고 서남쪽으로 가면 3개의 호수를 만나는데 오른쪽이 노스 레이크 가운데가 사브라나 레이크 왼쪽이 사우스 레이크라고 한다. 이 호수들은 호수마다 빛깔이 나름의 서로 다른 맛의 비경을 이루고 있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비숍에 단풍구경 갔다가 그 빵집에서 빵 안 드시면 후회한다는 빵집을 들렀다.
전에는 그 빵집이 유명한지 몰라 사람들이 주~욱 줄 서 있어서 그냥 잘하는 집인가 보다하고 또, 런치시간이라서 사람이 많은가 보다 하고 줄서기 싫어 지나쳤었다.
올해는 비숍에 단풍구경가기위해 미리 계획을 세우다가 그 빵집이 어떤 빵집인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자료에 의하면 Eric Schat’s Bakkery 빵집은 1938년도에 Gold Rush바람으로 캘리포니아로 사람들이 몰려들 당시 스페인 부족인 Basque출신 이민자가 고향서 먹던 Sheepherder Bread(일명 양치기의 빵)이 그리워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계기라고 한다.
고향에서 했던 전통대로 손으로 빵모양을 만들어 돌로 된 오븐에 구어 낸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그래서 The Original Sheepherder Bread 1938 이라고 상호 등록이 되어있을 정도로 지금까지 유명한 빵이 탄생한 것이다.
All natural이란 것을 곳곳에 강조하고 있는데, 아직도 그 때의 전통을 살려 미표백 밀가루에, 지하수를 퍼 올린 물과 진짜 버터와 고급계란과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 직접 생산과정을 검사받는 알몬드와 호두, 피칸을 사용하는 등, 일체 화학물질을 첨가하지 않은 순수한 빵을 만들어 판다고 한다.
유명한 빵집에서 런치를 즐기기 위해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스토어 안에도 길게 늘어선 사람들 틈에서 기다리는 동안 진열된 빵들과 유기농 잼 드리고 쿠키, 치즈 등을 구경하고 보기만 해도 신선하고 맛있는 빵들과 유기농 잼 몇 개 바구니에 담았다.
빵공장처럼 빼곡히 쌓인 빵 카트 사이로 사람들이 마켙 샤핑용 바구니에 빵을 산더미처럼 담아가지고 사가는 모습이 이곳의 유명세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빵의 겉은 고기처럼 쫄깃쫄깃하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것이 담백한 맛이 특징인데, 샌드위치 맛이 기대한 것보다 더 맛있었다.
근처 맘모스 스키장을 방문하는 사람과 이스턴씨에라의 단풍을 구경하는 이들이 거의 다 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Eric Schat’s Bakkery 방문이 이곳 여행의 색다른 재미일 것 같아 특별히 가볼만한 곳에 소개한다.
웹사이트는 www.erickschatsbakery.com 이고 주소가 763 N. Main St., Bishop, CA
맛있는 빵집에서 푸짐하게 런치를 즐기고 다시 또 다른 호수가인 Convict Lake로 이동했다.
맘모스 레이크 가는 방향에 있는 Convict Lake에 도착했는데 고요함 그 자체였다.
아름다운 호숫가에서 낚시대를 드리우며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과 호숫가 풍경이 너무나 조화로워 보였다. 호수의 고요함이 너무 깊어 숨소리조차 크게 쉬면 안 될 것 같아 숨죽이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주변에 물든 단풍을 사진으로 담는데 꽃 사진과 마찬가지로 단풍사진을 역광으로 찍어보았다.
모니터로 보이는 역광으로 비쳐든 단풍은 꽃보다 아름답다. 그리고 단풍이 물든 풍경은 오전과 오후, 시간대 마다 달라 보였다.
여유를 갖고 기다리면서 광선의 대비를 잘 이용하면 멋진 단풍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자연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곳곳에 크고 작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사진 촬영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가을이면 단풍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잔잔한 호숫가들이 아름다운 비숍을 여행전문지가 중부 서쪽에서는 유일하게 전국 10대 단풍여행지로 꼽았다고 한다.
- 2012년 가볼만한 곳에 소개했던 Sabrina Lake, North Lake 그리고 Convict Lake 를 다시 꺼내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얼마전 지인이 와이프와 함께 다녀올 예정이라고 연락이 왔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진 오랜 Covid 19 의 상황이 상실감으로 더욱 깊어지기 전에 다시 가보픈 마음이 되살아 났다.
모두가 힘든 상황에 갈 형편이 되지 않더라도 지면에서 만나는 풍경이 조금이나마 기분전환이 되길 바라며, 지나고 나면 모든것이 소중한 추억인데 그런 추억거리 조차 만들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이제 곧, 추운계절이 돌아온다. 다른 때보다 더 추운 체감 온도를 느낄것 같지만 나보다 더 힘든 주변을 돌아보는 한가닥 남아있는 따뜻한 마음이 얼어붙지 않기를 소망한다.
Happy Thanksgiving!
글 : 유니스 홍
사진 : 브라이언 홍